지난해 학부모들을 공포에 떨게 한 ‘서대문 초등생 유괴미수 사건’ 피의자들이 아무런 사법처리 없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초동 수사 부실로 호된 질타를 받은 경찰이 영장 기각 후 여론이 잠잠해지자 반년째 사건을 서랍 속에 방치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 양천구에서는 초등학생을 유괴하려 한 혐의로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히면서 새학기를 앞두고 어린이 약취·유인에 대한 국민 불안이 다시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8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지난해 8월 발생한 서대문구 홍은동 초등학생 유괴미수 사건을 6개월이 넘도록 검찰에 송치하지 않고 있다. 경찰의 평균 사건 처리 기간 54.4일(작년 8월 기준)을 훌쩍 넘어선 것이다. 피의자인 20대 남성 3명은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해 8월28일 서대문구 홍은동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발생했다.
20대 남성 3명이 차를 타고 주변을 맴돌며 하교하던 학생들에게 “귀엽다. 집에 데려다주겠다”고 세 차례나 유인을 시도했다가 학생들이 도망쳐 미수에 그쳤다. 당시 경찰은 최초 신고를 받고도 인근 폐쇄회로(CC)TV를 일부만 확인한 뒤 ‘오인 신고’라며 묵살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뒤늦게 CCTV를 재확인해 3명을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가담 정도가 크다고 판단한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혐의 사실과 고의성 등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기각해 또다시 체면을 구겼다. 이후 경찰은 태블릿PC와 휴대전화 포렌식 등을 거쳐 추가 혐의가 나오면 구속영장을 재신청하겠다고 밝혔으나 현재까지 아무런 조치가 없다.
서대문서 관계자는 “서울경찰청이 수사 진행 상황, 내용, 결과 등을 전체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검토 결과가 내려와야 사건이 진행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서울경찰청은 사건 수사는 마무리됐지만 추가 혐의 적용 등 법률 검토를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서울청 수사심의계는 “피의자에게 아동학대 혐의 적용 가능 여부를 검토했으며 다음주 중 결과를 회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최근 미성년자약취유인미수 혐의로 50대 남성 A씨를 검거했다.
A씨는 1일 오후 3시 양천구의 한 편의점에서 음식을 먹던 초등학생 B양을 유괴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A씨는 B양에게 현금을 건네며 ‘맛있는 것 사먹어라’, ‘어디 사냐’ 등 질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편의점 직원이 A씨를 제지했고 이후 B양 어머니가 신고하며 경찰이 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