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재로 외면받던 러産 석유 ‘웃돈거래’… “전쟁발 에너지위기에 러시아 어부지리” [美·이란 전쟁]

전문가들 “러, 우크라전 비용 확보”
왕이 “일어나선 안 될 전쟁” 비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원유 수송로가 막히면서 글로벌 에너지 위기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러시아가 가장 큰 이득을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로이터통신 등은 7일(현지시간) 글로벌 주요 에너지 수입국인 인도 시장에서 러시아 석유 수요가 늘면서 가격도 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산 원유는 미국의 제재로 그간 구매자를 쉽게 찾지 못해 브렌트유 대비 대폭 낮은 가격에 거래됐는데, 최근엔 웃돈을 줘야 할 정도로 가격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중동산 원유 공급이 불안정해지면서 에너지 수입국들 사이에서 원유 확보 경쟁이 붙은 탓이다.

 

러시아산 원유와 인도. 로이터연합뉴스

글로벌 석유 수급이 불안해지자 미 재무부는 최근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할 수 있도록 제재를 완화하고 추가 완화도 시사했다. 석유 정보제공업체 케이플러의 나빈 다스 선임 애널리스트는 “분쟁이 길어질수록 세계는 러시아산 원유와 러시아산 정제유에 대한 의존도를 늘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와 갈등을 겪고 있는 유럽도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재고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중동 위기로 인해 일각에서 러시아로 돌아갈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러시아의 전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벨기에 싱크탱크 브뤼겔의 에너지 전문가 시모네 탈리아피에트라는 “유가 상승은 러시아 정부의 세입 증가를 의미하고, 이는 곧 우크라이나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재정 능력의 강화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원유 수입의 13%를 이란에 의존하고 있는 중국은 즉각적인 휴전과 정치적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8일 전국인민대표대회 외교 분야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시작된 충돌에 대해 “일어나서는 안 될 전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병자 흉기야 불가불심용’(兵者凶器也不可不審用)이라는 한비자의 문장을 인용했다. ‘전쟁은 재앙을 부르는 수단이기 때문에 사용하더라도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로, 미국과 이스라엘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은 의식한 듯, 왕 부장은 미국을 겨냥해 명시적 비판은 하지 않은 채 “올해는 확실히 중미 관계의 중요한 해”라며 “지금 필요한 일은 양국이 주도면밀한 준비를 하고, 적절한 환경을 조성하며, 존재하는 이견을 관리하고, 불필요한 방해를 배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