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손님은 2명이 전부예요. 상가 월세 120만원만 겨우 내고 있어요.”
9일 경북 예천군 경북도청 신도시에서 2년째 식당을 하고 있다는 김모(43)씨 말끝에는 한숨이 묻어났다. 상가가 몰려 있는 거리는 날씨처럼 얼어붙은 모습이었다. 가게를 드나드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점포 상인들은 하릴없이 창밖만 내다보고 있었다. 사실상 장사를 접고 ‘임대’ 푯말을 붙여놓은 곳도 적지 않았다.
먼저 경북도청은 안동·예천 접경지역으로 이전해 개청(2016년 3월10일)한 지 만 10년이 된다. 그러나 도청을 중심으로 한 신도시는 당초 계획한 자족도시 구상에 여전히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신도시는 인구 10만명이 목표였으나 지난해 말 기준 2만3165명에 머물러 있다. 외부에서 인구가 유입돼야 하는데 실제로는 인근 안동·영주·예천 원도심의 젊은층과 인프라를 신도시가 흡수하고 있다.
의료 인프라와 도시 성장에 필수인 산업기반도 부족하다. 주민 김모(30)씨는 “공무원이 신도시 정주인구의 대부분이다 보니 금요일 저녁만 되면 도시가 텅 비어버린다”면서 “단순히 행정 기능만 있고 일자리나 문화기능이 약하다 보니 자족 기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경북도청 신도시 조성 사업은 크게 1단계와 2단계 사업으로 나뉜다. 1단계 용지 분양률은 99%에 달했으나 아직 시설이 들어서지 않고 공터로 있는 곳이 적지 않다. 상가 공실도 많다. 지난해 3월 기준 33.6%이다. 신도시 활성화에 필수적인 산업단지 조성과 기업 유치도 더디기만 하다. 이런 상황에서 2단계 조성 부지 분양률은 25% 수준에 불과하다.
전남 무안 남악신도시는 2005년 전남도청이 이곳으로 이전하면서 조성된 전남의 대표적 행정 신도시다. 도청 이전이 곧 지역 발전이라는 기대 속에 아파트 단지와 상업시설, 학교와 병원이 속속 들어섰지만 20여년이 지난 지금 남악은 여전히 ‘완성형 자족도시’와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남악신도시는 인구 10만명을 목표로 조성됐지만 현재 남악지구와 오룡지구의 정주인구는 4만5000여명으로 당초 목표 대비 절반에 못 미친다. 행정기관 이전으로 인구 유입의 마중물이 됐지만 산업·기업 유치가 뒤따르지 못하면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연결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주거 기능은 확대됐지만 경제·문화적 자생력은 충분히 갖추지 못한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분석이다.
전남도청 이전은 인근 지역의 인구와 상권을 흡수하는 ‘빨대효과’도 낳았다. 특히 생활권을 공유하던 목포시 원도심은 인구 유출과 상권 침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목포의 한 시민은 “무안 남악으로의 주거 이전은 늘었지만 지역 전체 경제 규모가 동반 성장하지는 못했다는 점에서 제로섬 이동에 가깝다”며 “구도심의 빈 점포 증가와 상권 축소는 도청 이전의 또 다른 그림자”라고 지적했다. 충남도청이 2012년 이전한 홍성·예산 내포신도시 역시 상황은 경북도청, 전남도청과 비슷한 상황이다.
허창덕 영남대 교수(사회학)는 “세 곳 모두 과거 광역시에 얹혀살던 셋방살이를 끝내고 도청의 독립성과 소외지역 개발이라는 명분으로 도청을 이전했지만 아쉬운 점이 따른다”면서 “자족 기능 강화를 위해 기업들이 이전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