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위헌 소지 큰 ‘사법 3법’ 강행 삼권분립 훼손은 민주주의 위협 李 ‘사법 리스크’ 원천 봉쇄 의도 오만한 권력은 국민 심판받을 것
사법부가 위기에 놓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사법 3법’(법왜곡죄·재판소원제·대법관 증원법)을 심의·의결해서다. 더불어민주당이 다수 의석으로 밀어붙인 법안이 정부에 이송된 지 하루 만에 속전속결로 처리한 것이다. 법조계는 물론 야당, 학계·시민단체들도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지만, 이 대통령은 끝내 거부했다. 이로 인한 부작용과 후폭풍이 얼마나 클지 가늠하기 어렵다. 여권은 역사적 책임을 질 자신이 있는가.
이 법안들은 80년간 유지돼 온 사법제도를 뿌리째 흔드는 것이다. 마땅히 숙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입법 공청회도 없이 군사작전하듯 밀어붙였다. 법사위 논의 시간은 평균 5시간에 불과했다. ‘입법 독재’가 따로 없다. 국민 삶에 큰 영향을 끼치는 중대 입법을 이렇게 서둘러도 되나. 법적 절차가 끝났다고 해서 정당성이 확보되는 건 아니다. 여당의 무리수는 누가 봐도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풀어주기 위한 장치로 비친다. 목적을 달성하려고 삼권분립을 훼손한 건 오명으로 남을 것이다.
채희창 논설위원
법안은 문제투성이다. 법왜곡죄는 판·검사가 고의로 법을 왜곡해 적용한 경우 처벌하도록 했다. 왜곡의 기준 자체가 모호해 헌법상 ‘명확성’ 원칙에 어긋난다. 오죽하면 이 대통령이 임명한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이 “문명국의 수치”라고 일갈했겠나. 재판소원제는 사실상 4심제 도입으로 이어져 헌법과 배치되고, 국민이 ‘소송 지옥’에 빠질 우려가 크다. 대법관을 26명으로 증원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이 대통령은 임기 내에 22명의 대법관을 임명할 수 있다. 대법원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법안 하나하나 우려되는 부작용을 정교하게 제거하지 않으면 ‘사법 개악’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
이뿐 아니다. 여당 의원 104명이 이 대통령의 공소 취소 모임을 만들고 국정 조사를 추진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놀랍다. 증거와 법리에 의해 기소되고 재판이 확정됐거나 진행 중인 사건들을 뒤엎자는 건 사법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관련 사건 수사와 재판에 관여한 수많은 판·검사들을 ‘윤석열정권 하수인’으로 취급하는 건 지나치다. 전체주의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 같다.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겁박은 목불인견이다. 여당 강경파 의원들은 “자진 사퇴하지 않으면 탄핵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정청래 대표는 “사법개혁에 대한 저항군 우두머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모욕했다. 탄핵 관련 공청회에서 일부 의원들은 ‘중대 특수 범죄자’ ‘내란범’이라고까지 몰아세웠다. 헌법에 임기가 보장된 대법원장을 이렇게 노골적으로 위협하는 건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것이다.
여권의 행태는 한 방향을 가리킨다. 사법부를 통제해 이 대통령의 퇴임 후 되살아날 사법 리스크를 원천봉쇄하겠다는 것이다. 검찰을 해체해 검사들의 칼을 빼앗은 데 이어 정권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사법 시스템마저 무력화시키겠다는 것 아닌가. 앞으로 여당 정치인들은 웬만한 죄를 지어도 처벌받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하고, 국민이 불행해지는 게 역사의 교훈이다.
대법원과 각급 법원장들은 “심각한 법치 훼손”이라며 저항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사법 독립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던 소장 판사들은 침묵하고 있다. 여권이 입맛에 맞지 않는 판결을 한 판사들을 악마화하고 사법부를 능멸하고 있지만, 법관대표회의는 열릴 기미가 없다. 정치 성향에 따라 선택적으로 분노하고 반발하는 건지, 납득하기 어렵다. 마키아벨리는 “스스로 지키려 하지 않는 자, 그 누가 도우려 할 것인가”라고 했다.
사법부는 정치권력 남용과 독재를 막아 민주·법치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정치권이 사법 불신을 조장하고, 판결이 정치적 압박에 흔들린다면 누구도 재판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것이다. 법치가 신뢰를 잃으면 민주주의의 토대가 무너지기 마련이다.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국민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때다. 정치권력이 법 위에 군림하려 한다면 선거에서 심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