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위협에 혐오시위… 트럼프가 쏘아올린 ‘포비아’

이란전發 지구촌 안보 ‘비상’

오슬로 美대사관 노린 폭탄 터져
“캔자스시티 공항 폭파” 위협 소동도
뉴욕시장 관저 앞 反이슬람 시위
맞불 데모서 사제 폭발물 투척도

파리·런던… 유럽 시민들 거리로
이란 왕정복고 두고 찬반 ‘팽팽’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의 여파로 세계 곳곳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대사관·공항 등 주요 시설에 대한 폭파 위협이 잇따르고 주노르웨이 미국대사관에서는 실제 폭발 사건까지 발생했다. 전쟁을 두고 제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는 시민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8일(현지시간) 미 캔자스시티 국제공항에서는 폭발물 위협이 접수돼 항공기 운항이 약 3시간 동안 중단됐고, 약 2000명에 달하는 승객과 직원들이 공항 터미널을 떠나 활주로로 긴급 대피하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터미널에서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던 로건 홀리는 AP통신에 “갑자기 공항 직원이 ‘즉시 대피’라고 외치자 사람들이 재빨리 그곳(터미널)을 빠져나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폭발물 위협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사람들은 테러 공포에 떨어야 했다.

8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의 미국대사관에서 폭발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사건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세계 곳곳에서 긴장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오슬로=EPA연합뉴스

같은 날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의 미국대사관에서는 폭발이 발생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쯤 미국대사관 인근에서 큰 폭발음이 들렸으며 연기가 치솟는 모습이 목격됐다. 현지 경찰은 폭발장치가 사용된 사실을 확인하면서 “폭발은 영사부 입구에서 발생했으며,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이란 전쟁과 관련한 테러행위일 가능성을 열어두고 범인 추적 등 수사에 착수했다고 덧붙였다. 요나스 가르 스퇴레 노르웨이 총리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미국대사관 책임자와 전화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최초의 무슬림 출신 미국 뉴욕 시장인 조란 맘다니의 관저 인근에서 7일(현지시간) ‘무슬림 반대’ 극우 시위와 맞불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다음날 뉴욕 경찰이 보호복을 착용한 채 폭발물을 수색하고 있다. 뉴욕=AFP·EPA연합뉴스

폭발은 9일에도 이어졌다. 벨기에 동부 리에주의 시나고그(유대교 회당) 앞에서 폭발이 발생해 건물 창문이 깨졌다고 현지 매체 VRT는 전했다. 현지 경찰은 인명피해는 없었고, 폭발 원인이 파악되지 않아 대테러 부서가 수사를 맡았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미국 최초 무슬림 시장’인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의 맨해튼 관저 앞에서는 반(反)이슬람 시위와 이에 반대하는 맞불 시위가 동시에 열려 충돌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폭발물을 던진 남성 2명을 포함해 총 6명이 체포됐다.

 

8일 NBC뉴스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약 20명의 반이슬람 시위대는 전날 뉴욕 맨해튼의 시장 관저 앞에서 “뉴욕시 공공장소에서 무슬림 기도회를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에 맞서는 시위대 120여명도 현장에 모였다. 이들은 “나치를 뉴욕에서 몰아내라”, “증오에 맞서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양측 대치 중 반이슬람 시위대 한 명이 상대편에 후추스프레이를 뿌리자, 맞불 시위대 측 18세와 19세 남성 2명이 각각 사제 폭발물을 잇달아 던졌다. 불붙은 사제 폭발물은 경찰이 설치한 차단벽에 부딪혀 횡단보도 위로 떨어졌다. 뉴욕 경찰은 이날 엑스(X)에 “해당 장치가 사망을 초래할 수 있는 사제 폭발장치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찬·반 무슬림 시위대가 충돌하는 모습. 뉴욕=AFP·EPA연합뉴스
시위 현장에서 발견된 수제 폭발물. 뉴욕=AFP·EPA연합뉴스

유럽에서는 이란 정권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전후 이란의 미래에 대한 의견은 달랐다. 유로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날 독일 베를린, 프랑스 파리, 스웨덴 스톡홀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거리에 모인 집회 참여자들은 과거 왕정 시기 마지막 이란 왕의 아들인 레자 팔레비가 과도통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이 지속되는 가운데 8일(현지시간) 이란을 지원하는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공습 후 레바논 국경지역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스라엘·레바논 국경=로이터연합뉴스

같은 날 파리에서 열린 또 다른 시위에서는 시위대가 손바닥에 ‘노 샤(왕), 노 물라(이슬람 율법학자)’ 문구를 붙인 채 ‘이란 해방’을 외쳐 왕정복고와 현 정권 모두 반대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영국 런던에서는 약 6000명의 시위대가 이란에 대한 폭격 중단을 요구하며 도심을 행진했다. 이들은 전쟁을 시작한 미국과 이스라엘을 규탄하면서 이란에서 물러날 것을 촉구했다. 런던에서는 폭사한 이란 전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사진을 들고 현 이란 정권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소규모의 시위도 목격됐다고 유로뉴스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