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20%만 “부모님 부양, 자식 몫”… “각자의 삶에만 충실” 인식 확산

한국복지패널 조사결과

반대의견 48%, 찬성 두 배 넘어
“가족 돌봄 공백 커질 것” 우려

“부모 부양을 자식에게 바라는 시대는 지났어요.”

 

50대 A씨는 퇴직 이후 자녀들에게 부양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노후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심지어 장례조차 어떻게 치를지 고민 중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시간이 흐를수록 자녀에게 도움받아야 할 순간이 늘어날 텐데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A씨는 자녀들에게도 “각자의 가정과 삶에만 충실하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50∼60대가 노년의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가 아닐까 싶다. 이를 우리 아이들에게 전가하고 싶지 않다”며 “자녀들의 부담을 최대한 덜어내기 위해 장례비 등을 지원받을 수 있는 장기기증 관련 상담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서 ‘부모 부양은 자녀의 몫’으로 여기는 전통적 인식이 빠르게 약화하고 있다.

 

국민 5명 중 1명만 자녀의 부모 부양책임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 관련 인식 조사에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돌봄과 관련된 인식이 가족의 책임에서 벗어나 공적 영역으로 이동했다는 분석이다.

9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5년 제20차 한국복지패널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모를 모실 책임이 전적으로 자식에게 있다’는 의견에 동의하는 비율은 20.63%에 그쳤다.

 

이 중 ‘매우 동의한다’는 3.15%에 불과했으며, ‘동의한다’는 17.48%였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2∼6월 총 7300가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반면 부모의 부양을 자녀가 책임지는 데 반대하는 의견은 47.59%로 절반에 가까웠다. 구체적으로 ‘매우 반대한다’는 8.12%, ‘반대한다’는 39.47%였다. 동의도 반대도 하지 않는다는 중립적인 입장은 31.78%였다.

 

이는 가구의 소득 수준별로도 큰 차이가 없었다. 부모 부양의 자녀 책임에 대해 찬성하는 비율은 저소득 가구에서 20.66%, 일반 가구에서도 20.63%로 유사했다. 반대하는 비율도 저소득 가구가 49.17%로, 일반 가구 47.37%와 비슷했다.

 

부모 부양을 자녀의 책임으로 보는 인식은 과거와 비교해 크게 급감했다.

 

조사를 처음 실시한 2007년에는 부모를 자녀가 책임져야 한다는 응답이 52.6%로 절반을 넘었다. 반면 반대 의견은 24.3%에 그쳤다.

 

이후 2013년 조사에서 찬성 35.5%, 반대 36%로 찬반 비율이 처음으로 역전된 데 이어 2016년과 2019년 조사를 거치며 동의 비율은 20%대 초반까지 하락했다. 직전 조사인 2023년에는 부모 부양의 책임이 자식에게 있다는 응답은 21.4%였다. 이러한 추세를 고려하면 다음 조사에서는 10%대까지 하락할 것으로 관측된다.

 

가족 내 돌봄에 관한 인식 변화는 자녀 양육 분야에서도 드러난다.

 

‘자녀를 집에서 어머니가 돌봐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반대한다는 응답은 34.12%로, 찬성 응답(33.83%)보다 근소하게 높았다. 이런 인식 변화는 돌봄 등 복지 체계에 있어 국가의 역할 확대에 관한 선호도 응답에서도 감지된다.

 

‘모든 국민에게 보편적인 복지를 제공해야 한다’는 응답이 39.81%로, ‘복지는 가난한 사람에게만 제공해야 한다’는 선별 복지 찬성(33.36%)보다 높았다.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부양과 관련한 가족 책임 의식이 급속히 하락한 건 그 공백을 메워야 하는 사회적 책임과 기대가 더욱 커진 것을 의미한다”며 “가족 부양의 공백이 커진 만큼 정부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