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쇼크' 가시권 들어온 추경…민생·에너지 지원 초점

李대통령 "조기 추경할 상황"…석유 최고가격제 집행·에너지바우처 확대 검토될듯

중동 사태를 계기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이재명 대통령이 전쟁 장기화 우려와 글로벌 고유가 상황을 고려해 추경 필요성을 직접 언급하면서다. 이에 따라 재정당국도 구체적인 추경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의 모습.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중동 정세에 따른 위기 극복을 위해) 재정 지원이나 소상공인 지원, 한계기업 지원 등을 하려면 추가 재정이 필요하다"며 "어차피 조기 추경을 해야 할 상황인 것 같다"고 밝혔다.



전날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추경론에 대해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면 진지하게 고민할 상황이 됐다"고 언급한 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사실상 추경 필요성을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이날 "최근 반도체 업황 개선과 주식시장 활성화에 따른 거래세 증가 등으로 재원이 늘었다"며 "국채 발행 없이 (추경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주무 부처인 기획예산처도 내부적으로 추경 편성 작업에 조만간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추경은 중동발(發) 실물경제 충격파를 최소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던 국제유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사태 종결 가능성' 언급으로 하루 만에 숨고르기에 들어갔으나, 여전히 불안한 흐름이다.

전쟁 이전과 비교해 이미 10% 이상 치솟은 국내 기름값도 민생에 부담이 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질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 기준 서울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은 ℓ당 1,949원을 넘어섰고, 경유는 1,971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27일과 비교하면 휘발유는 11%, 경유는 18% 넘게 급등했다.

환율 상황도 불안정하다.

전날 급등했던 원/달러 환율이 하루 만에 급락세로 돌아섰지만, 중동 상황에 따라 언제든 급등세로 방향을 잡을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같은 고유가와 고환율 추세는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에도 파급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2월까지 '2%대 초반'의 안정적인 흐름을 지켰던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3월부터는 가파르게 오를 가능성이 있다.

채권값 급락으로, 시중금리까지 다시 오르면서 서민과 기업의 이자 부담은 커지고 있다.

물가와 금리 오름세가 겹치면서 간신히 살아날 조짐을 보이는 내수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동시에 취약계층 지원에도 추경의 무게추가 쏠릴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유가가 급등했던 2022년 당시에도 정부는 54조9천억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하면서 이 중 3조1천억원을 민생·물가 안정 자금으로 배정했다.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을 앞두고 10일 서울 시내 휘발유 1800원 초반대 주유소에서 차량이 줄지어 주유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당시 추경안에는 저소득층 대상 한시적 긴급생활지원금 지급, 취약계층의 냉·난방 이용 부담을 덜기 위한 에너지바우처 지원 확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번에는 취약계층 대상 유류세 추가 인하, 직접 유류 소비 지원 방법 등이 폭넓게 거론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유류세 감면과 관련해 "똑같은 재원이라면 일률적으로 하기보다는 차등적으로 하는 게 어떻겠느냐"면서 "유류세를 내리고 재정 지원은 서민을 중심으로 차등적으로 하는 식으로 정책 수단을 섞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도입을 예고한 '석유 최고가격제' 관련 재원도 추경을 통해 마련될 가능성이 크다.

석유사업법상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사업자 손실 보전을 위해 국가가 재정을 지원할 수 있는데, 일반 예비비만으로 부족할 경우 추경을 통한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석유 최고가격제 집행, 에너지 세제 조정, 소비자 직접 지원을 포함해 추가적인 금융·재정 지원도 속도감 있게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가 급등으로 서민과 취약계층의 타격이 가장 먼저 가시화하는 만큼, 에너지 바우처 등을 확대하는 선별적 추경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