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시스템통합(SI) 기업들이 글로벌 로봇 기업에 투자를 확대하며 로봇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로봇 장비를 인공지능(AI)·로봇 운영 플랫폼과 결합해 로봇 관련 종합적인 사업을 하는 ‘로봇 풀스택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국내 제조 기반 산업 강점을 살려 향후 피지컬 AI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도 주력할 계획이다.
LG CNS는 10일 미국 로봇 기업 ‘덱스메이트’에 투자해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하드웨어 경쟁력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범용 로봇 AI 모델(로봇용 파운데이션 모델·RFM)을 개발하는 로봇 소프트웨어 기업 ‘스킬드AI’에 투자한 데 이어 글로벌 로봇 기업과도 손을 잡았다. 구체적인 투자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로봇 운영·학습 플랫폼을 개발하는 국내 SI 기업들은 해외 로봇 기업들과의 협력을 확대하는 중이다. 하드웨어와 RFM을 운영·학습 플랫폼과 묶어 미래 피지컬 AI 시장에서 로봇 전환(RX) 풀스택 서비스 제공자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다. RFM은 로봇이 주변을 인식하고 작업을 계획해 실행하도록 하는 ‘두뇌’이고, 운영·학습 플랫폼은 로봇을 공장이나 물류 현장에서 관리·운영하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다.
포스코DX도 지난해 말 미국 휴머노이드 기업 ‘페르소나AI’에 200만달러(약 30억원)를 투자하고 로봇 개발과 현장 적용에 힘을 합치기로 했다. 해당 기업은 중후장대 산업현장에 특화된 로봇을 개발하고 있어 향후 포스코그룹 제조 현장에서 활용도가 높을 전망이다.
국내 기업이 글로벌 로봇 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대표적인 이유로는 기술력과 시장 확대 가능성이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 현장의 세밀한 작업을 수행할 기술력을 보고 투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페르소나AI의 경우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로봇손 기술 기반으로 미세부품 조립과 고중량 핸들링 등 정밀 제어 기능을 구현한 게 특징이다. 현지 기업들과의 협력 과정에서 사업 확대를 노려볼 수도 있다. 다른 관계자는 “북미 등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며 “공동 프로젝트에 포함되면 해외 시장 진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NC AI를 중심으로 지난달 ‘피지컬 AI 얼라이언스(연합)’가 출범하는 등 국내 피지컬 AI 주도권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업계에선 제조업 기반인 국내 산업의 스마트팩토리 수요가 높은 데다 방대한 제조 데이터를 피지컬 AI에 활용하는 데도 용이할 것으로 본다. 해당 얼라이언스는 기술 개발부터 실증, 산업현장 적용까지 전 주기를 아우르는 53개 기관의 연합체다. LG전자가 중국 로봇 기업 ‘애지봇’과 AI 기반 자율주행 기업 베어로보틱스, 산업용 다관절 제품을 만드는 로보스타에 투자하는 등 제조 기업들도 로봇 기업 투자를 늘리는 중이다. 삼성전자는 국내 로봇 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를, 현대자동차는 미국의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해 로봇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휴머노이드 시장이 연평균 63%씩 성장해 2035년 380억달러(54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 중 제조·물류 분야가 60%를 차지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