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석유 최고가격제·‘벚꽃’ 추경은 최후 수단으로

李 중동발 충격에 “조기 추경 상황”
시장왜곡·재정부담 가중 등 부작용
유류세 인하 등 맞춤 대처 우선하길

정부가 30년 만에 석유가격상한제를 부활하고 추가경정예산 편성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어제 중동발 경제충격과 관련해 “석유 최고가격제 집행, 에너지 세제 조정 등 추가 금융·재정지원을 속도감 있게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어차피 조기 추경을 해야 할 상황인 것 같다”고도 했다. 비상한 시기에는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지만 성급하거나 과도한 조치는 금물이다.

정부는 이번 주 국제유가 시세에 마진을 더한 가격 상한선을 설정하고 정유사의 손실을 보전하는 방식으로 최고가격제를 시행할 방침이다. 단번에 고유가 고통을 더는 극약처방이지만 그만큼 부작용도 크다. 국제유가 급등에도 판매가격이 묶이면 그 손실은 정유사와 주유소가 떠안게 된다. 팔수록 손해가 나니 생산·판매 기피로 ‘공급절벽’ 현상이 벌어질 게 뻔하다. 암거래 시장까지 생겨나 심각한 시장 왜곡을 초래한다. 제도 취지와는 달리 석유제품 소비를 부추길 수도 있다. 1997년 유가 전면 자유화 이후 30년 가깝게 최고가격제가 시행되지 않은 까닭이다.



상황은 언제든 변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9일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고 하자 국제유가는 급락세로 돌변하지 않았나. 중동정세 변화와 유가 추이 등에 맞춰 시장 친화적 해법부터 단계별로 대처하는 게 옳다. 우선 유류세 인하 폭부터 탄력적으로 조정하고 담합이나 매점매석을 단속해야 한다. 고유가에 큰 타격을 받은 취약계층과 운송·물류업종 지원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그래도 상황이 나빠지면 현재 민관이 보관 중인 7개월 치의 비축유를 시장에 풀고 최고가격제는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둬야 한다.

‘벚꽃’ 추경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재정지원이나 소상공인 지원, 한계기업 지원 등을 하려면 추가 재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얼마 전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도 “(추경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추경은 경기침체기나 대규모 재난 등의 상황에서 성장률 하락을 막고 민생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동시에 물가와 환율불안을 부채질하고 대외신인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미국과 이란 전쟁이 발발한 지 열흘 남짓 지났는데 위기가 현실화했는지도 의문이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돈 풀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국가채무는 작년 말 1300조원대에서 올해 1400조원대로 불어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도 위험선인 50% 중반대까지 치솟게 된다. 재정은 국가운영의 근간이자 경제위기를 막을 최후의 보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