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사태 확전 우려로 ‘검은 월요일’을 보냈던 국내 증시가 10일 급반등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이 조기에 종료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투자 심리가 되살아나면서다. 전날 가파른 폭락에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됐던 코스피엔 하루 만에 매수세가 몰리며 프로그램 매수호가 일시 효력정지(사이드카)가 켜지는 등 극심한 널뛰기 장세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0.3% 증가하는 데 그쳐 3년째 3만6000달러대에 머물렀다. 4만달러대에 진입한 대만, 3만8000달러대로 추정되는 일본에도 추월당했다. 원화 기준 1인당 GNI는 4% 넘게 늘었지만, 고환율 탓에 달러로 환산한 국가 간 비교에서는 뒷걸음질 쳤다.
◆서킷브레이커 다음날 매수 사이드카…역대급 롤러코스터 증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280.72포인트(5.35%) 오른 5532.59에 거래를 마쳤다. 271.34포인트(5.17%) 오른 5523.21로 출발한 지수는 한때 5400 초반까지 떨어진 뒤 다시 회복하며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갔다.
이날은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조1040억원, 8508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반면 최근 외국인과 기관의 매물을 받아냈던 개인은 차익 실현에 나서며 1조8368억원을 순매도했다. 종목별로는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8.30%), SK하이닉스(12.20%)를 비롯해 현대차(3.55%), LG에너지솔루션(2.09%)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대부분 약진했다. 코스닥도 이날 전 거래일 대비 35.40포인트(3.21%) 오른 1137.68로 장을 마감했다.
최근 국내 증시는 중동사태 확전·종전 기대감이 교차하며 급반등을 거듭하고 있다. 이날도 트럼프 대통령의 조기 종전 가능성을 언급하는 말 한마디에 영향을 크게 받았다. 이란에 ‘무조건 항복’을 압박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에 있는 본인 소유 골프 리조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란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며 장기전 우려 불식에 나서자 치솟던 유가가 안정세를 보였다. 미국 증시도 일제히 상승했다. 특히 엔비디아(2.72%), 마이크론 테크놀로지(5.14%) 등이 오르면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3.93% 급등했고, 코스피를 주도하는 국내 대형 반도체주로 온기가 이어졌다.
이날 개장 직후부터 매수세가 과열되자 코스피엔 오전 9시6분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전날에는 장중 8% 넘게 급락하며 매도 사이드카에 이어 매매거래를 20분간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됐는데, 하루 만에 다시 장 초반부터 상황이 뒤바뀐 것이다.
코스피에는 올해 들어 매도 사이드카 5회, 매수 사이드카 3회 등 총 8번의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특히 중동사태 이후엔 매도 사이드카 3회(3월3·4·9일), 매수 사이드카 2회(3월5·10일)에 서킷브레이커 2회(3월4·9일)가 발동돼 극심한 변동성 장세를 대변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린 국내 증시는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 수요까지 맞물리며 일본이나 중국, 대만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보다도 증시 변동 폭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
이날 증시 반등으로 한국형 공포지수라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전장 대비 7.25% 떨어진 66.61을 기록했다. 지수는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하락률(698.37포인트·12.06%)을 보인 지난 4일 80.37까지 오른 뒤 점차 하락세를 보이다 전날 다시 14.51% 치솟은 바 있다.
다만 국내 증시가 중동사태의 포화에서 벗어나 안정세를 찾았다고 보기엔 이르다. 증권가에선 전쟁 관련 변수와 유가 등락 등에 따라 향후 증시 변동성이 더 극심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 국장은 오늘 폭등하더라도 내일 조정 받고, 다음날 또 급등할 수 있는 역대급 변동성 장세”라며 “시장 대응이 정말 어렵고 전쟁과 폭락의 후유증을 간과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현재의 주도주(반도체, 방산, 증권 등)를 들고 가며 수익률 회복 기회를 잡아가는 게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조언했다.
◆0.3% 성장에 멈춘 국민총소득…日·대만에도 추월당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2025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명목 GNI는 3만6855달러로 전년(3만6745달러)보다 0.3% 증가했다.
원화 기준으로는 5241만6000원으로 1년 전(5012만원)보다 4.6% 늘었다. 지난해 고환율로 인해 원화보다 달러 기준 증가율이 대폭 낮아진 것이다.
한국의 달러 기준 1인당 GNI는 2014년 처음 3만달러(3만798달러)에 진입해 2021년 3만7898달러까지 불었다. 이듬해 원화 가치 하락으로 2600달러 넘게 줄었다가 2023년 3만6195달러로 증가한 후 2024년(3만6745달러)에 이어 올해까지 3년째 3만6000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일본과 대만의 1인당 GNI는 지난해 한국을 추월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화용 한은 국민소득부장은 “2025년 대만의 1인당 GNI는 전년 대비 14.2% 증가한 4만585달러로 우리보다 높았다”며 “IT(정보기술) 제조업 비중이 우리보다 3배 높아 반도체 호황의 수혜를 크게 받았다”고 설명했다.
김 부장은 “일본도 3만8000달러 초반으로, 우리보다 높아졌다”며 “지난해 12월 기준년 개편에 따라 경제 규모가 확대된 영향”이라고 전했다. 기준년 개편은 최신 경제구조를 반영하기 위해 일정 연도마다 경제총조사를 토대로 비교 기준 연도를 교체하는 것으로, 통상 새 산업이 추가돼 경제 규모가 늘어난다.
2024년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 중 한국의 1인당 GNI는 유엔 집계를 기준으로 6위다.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가 한국보다 많았다. 한국의 1인당 GNI는 줄곧 일본에 뒤지다 2023년, 2024년 2년 연속 앞섰으나 지난해 다시 따라잡혔다. 대만의 경우 2003년 이후 한국이 앞섰으나 지난해 역전당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만과 근본적으로 격차가 벌어졌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최근 대만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많이 빠지는 등 TSMC가 고점이라는 신호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은 올해 수출 전망치가 견조하고 내수 업종의 영업이익이 증가하는 추세인 데다 가계임금 상승률도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며 “환율이 1400원대 초반으로 내려오면 다시 순위가 바뀔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 국민소득이 11년간 3만달러대에 머무는 가운데 한은은 2027년 4만달러 진입을 전망했다. 김 부장은 “2014년 3만달러 달성 이후 1인당 명목 GNI 성장률이 4.4% 정도였기에 앞으로 환율의 영향이 0이라 가정하고 올해·내년 4.4% 성장한다면 2027년에 4만달러를 넘게 된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원화 기준(2663조3000억원)으로 전년보다 4.2% 증가했다. 달러 기준(1조8727억달러)으로는 0.1% 뒷걸음쳤다. 지난해 실질 GDP 잠정치는 전년보다 1.0% 증가로, 앞서 발표된 속보치와 같다.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보면 속보치 0.97%에서 1.01%로 높아졌다.
다만 김세직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장기성장률은 하락세에 있다고 진단했다. 장기성장률은 연간 성장률 10년 정도의 평균치로 단기적인 경기 변동 요인을 제거한 근본적인 성장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김 원장은 “지난 30년간 한국 경제의 장기성장률이 5년마다 1%포인트씩 하락해 왔다”며 “2025년에는 장기성장률이 0.9% 수준으로 추정되면서 처음으로 0%대에 진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2030년에는 장기성장률이 -0.1%까지 떨어질 수 있다”며 “한국의 실질 GDP가 2029년 정점을 찍는 ‘피크 코리아(Peak Korea)’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