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이 12일째에 접어든 가운데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이 원거리 타격을 퍼부으며 글로벌 에너지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 확보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전쟁이 2주 가까이 지속되며 에너지 가격의 급등세를 붙잡지 못하면 미국으로서는 국내외 압박이 거세질 수 있는 만큼 이곳을 지나는 선박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향한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으면서도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설치할 경우 이란이 전례 없는 군사 공격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한편, 실제 이란의 기뢰 부설함 파괴에 나섰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테헤란 공습을 통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군사 학교 내 무기 연구개발 단지를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란 수도 테헤란의 한 주민은 로이터통신에 "지옥 같았다"며 이날 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이 개전 후 가장 심각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이란을 지지하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거점지인 레바논 남부에 대한 공습도 멈추지 않았다.
레바논 보건부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레바논 남부 지역에서 7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란도 이스라엘과 주변 미군 주요 시설을 대상으로 계속 반격을 가했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은 IRGC가 바레인에 있는 미 해군 제5함대 기지와 이라크 내 미군 기지를 대상으로 새로운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고 보도했다.
중동 지역 무력 충돌이 계속되며 양측 피해도 계속 늘고 있다.
이날 미국 국방부는 개전 이래 처음으로 미군 부상자 수치를 공개하고 작전 후 10일간 공격 과정에서 미군 140명이 다쳤으며 이 가운데 중상자는 8명이라고 밝혔다. 미군 사망자 수는 7명이다.
아미르 사에이드 이라바니 주유엔 이란 대사는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약식 회견을 열고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이 시작된 후 민간인 1천300명이 사망했으며 민간 시설 약 1만 곳이 파괴됐다고 말했다.
◇ 美, 이란 기뢰부설함 제거…유조선 호위 가능성에 "필요시 활용 옵션"
미국과 이란은 전쟁의 승패가 호르무즈 장악에 달렸다는 판단하에 이곳의 통제권을 확보하는 데 점차 주력하는 모습이다.
앞서 IRGC는 성명을 통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이 계속된다면 이 지역에서 단 1L의 석유 수출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강한 의지를 표출했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이날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미군이 이란의 기뢰 부설함 16척을 '제거'했다고 밝히며 발사체가 선박을 명중해 폭발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미군의 이번 발표는 미국 언론들이 정보당국 소식통들을 인용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설치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한 뒤 나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도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을 통해 "어떤 이유로든 기뢰가 설치됐고, 그것들이 지체 없이 제거되지 않으면, 이란에 대한 군사적 결과는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수준이 될 것"이라며 이란에 경고장을 날린 바 있다.
이날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미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을 성공적으로 호위했다고 소셜미디어(SNS)에 밝혔다가 사실이 아니라며 해당 글을 삭제하기도 했다.
다만 캐롤라인 레빗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아직 미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서 유조선을 호위하지는 않았다면서도 "이는 대통령이 적절한 시기에 필요할 경우 반드시 활용하겠다고 밝힌 옵션"이라고 진행 가능성을 열어놨다.
◇ 러시아, 이란과 소통하며 중재 시도…"이란, 협상 재개 조건 제시"
전쟁이 2주 가까이 지속되며 국제사회는 전쟁 대응책을 마련하는데 분주해졌다.
엘리제궁(프랑스 대통령실)은 주요 7개국(G7) 지도자들이 오는 11일 화상회의로 현재 중동에서 진행 중인 전쟁의 경제적 영향에 관한 대책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엘리제궁은 이번 회담에서 주로 중동 전쟁의 경제적 여파와 특히 에너지 상황 및 그 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11일 이란의 아랍 국가 공격 중단을 요구하는 결의안에 표결할 예정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 이어 이날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의 통화를 통해 분쟁 종식 방안을 논의했다.
통화에서 푸틴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군사적 공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역내 분쟁 종식을 위해 필요한 모든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레빗 대변인은 이란 전쟁 종료 시점에 대해 "궁극적으로 작전은 최고사령관(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목표가 완전히 달성되었다고 판단할 때, 그리고 이란이 자신들의 선언 여부와 무관하게 완전하고 무조건적 항복 상태에 이르렀다고 판단할 때"라며 미국의 판단에 따라 이란 군사작전을 끝낼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 때문에 미국이 파상 공세를 통해 일정 수준의 군사적 성과를 확보한 뒤 '승리'를 선언하며 작전을 마무리하는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다만 이란은 휴전은 미국의 판단이 아니라 자신들의 결정에 달렸음을 강하게 주장중이다.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당신보다 강한 자들도 이란을 없앨 수 없었다"며 "당신 스스로 제거당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타스 통신은 레바논 현지 언론을 인용해 이란이 휴전 협상 중재를 제안한 모든 국가의 제안을 거부한 상태지만 협상 재개를 위해 미국에 몇 가지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타스 통신은 이란이 미국에 공격 재개 금지 보장, 배상금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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