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태 충격파를 줄이기 위한 ‘벚꽃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이 공식화하면서 추경에 포함될 대책과 규모에 관심이 쏠린다. 고유가로 피해를 본 서민과 자영업자를 위해 에너지바우처 지급 등과 함께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손실보전액 등이 두루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세수 여건이 양호할 것으로 전망돼 추경 규모는 적자국채 발행 없이 ‘10조원+α’ 정도는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중동 상황이 민생과 경제·산업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추경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정책 수단을 활용해 충분한 지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추경 전이라도 가용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구 부총리는 “향후 유가 추이를 모니터링하며 유류세 인하를 검토하고, 화물차·버스·택시 등에 대한 경유 유가연동보조금을 한시 상향하겠다”면서 “소상공인 경영안정바우처, 긴급경영안정자금 등을 적극 지원하고, 추가로 필요한 지원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연례협의단과 만난 자리에선 “200일 이상의 충분한 석유 비축량을 확보하고 있다”며 에너지 수급 우려를 일축했다.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를 우선 시행한 뒤 유가 상황에 따라 유류세 추가 인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 유류세만 추가로 깎아주면 정유사 등의 수익만 높아지는 ‘도덕적 해이’가 우려된다는 점에서다.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를 2주 단위로 시장 상황을 살펴 운영하고, 향후 유가가 1800원 수준으로 안정화되면 상한제를 철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4월 말까지 휘발유와 경유·액화석유가스(LPG)부탄에 대해 각각 7%, 10%의 인하율을 적용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고유가로 인한 교통·물류업계의 어려움을 줄이기 위해 유가보조금 지급 지침을 개정해 지난 2월 말 만료된 경유 유가연동보조금을 4월 말까지 두 달 연장해 지급하기로 했다. 이달 1∼10일 구매한 경유에도 소급해 보조금을 지급한다.
기준 금액인 ℓ당 1700원 초과분의 50%만 지원했던 지급 비율도 70%로 상향할 계획이다. 가령 경유 가격이 ℓ당 1900원이면 기준 금액을 뺀 200원의 70%인 140원(ℓ당)을 지원한다. 유가연동보조금은 유가 급등 시 유류비가 운송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40%로 높은 경유 화물차, 노선버스, 택시 등의 유류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제도다.
금융당국은 기존 ‘100조원+α 시장안정프로그램’을 추가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현재 산업은행·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 등과 함께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적극적으로 매입하는 ‘100조원+α 시장안정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 이를 확대해 채권·자금시장 안정성 확보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이번 중동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빠르게 증폭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추경은 취약계층 지원 및 물가 안정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구 부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재정경제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전 국민에게 돈을 지원하겠다는 건 아니다”라며 “유가가 상승함으로써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화물자동차, 택배, 농어민, 취약계층을 타깃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에너지바우처 지급과 함께 운송업자를 위한 유가 연동보조금 확대, 비닐하우스 농가·어업인 면세유 유가연동보조금 지원, 중동 사태 피해기업 지원 등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발생한 정유사·주유소 등의 손실을 보상해주기 위한 손실보전액도 상황에 따라 추경안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추경 재원에는 적자국채 발행보다는 초과 세수가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상장사의 영업이익 등 실적이 좋아 올해 법인세는 정부 전망치(86조5000억원) 대비 늘어날 가능성이 크고, 증시 활성화로 증권거래세 역시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민주당 안도걸 의원에 따르면 올해 세수는 예산 대비 15조~20조원 더 들어올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3월 말 들어오는 법인세 규모에 따라 10조~20조원의 추경을 적자국채 발행 없이 편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