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거울 앞에서 무심코 눈을 비볐다가 흰자위에 옅은 귤빛이 스쳤다면 단순 피로로 넘기기 어려운 신호일 수 있다. 간 깊숙이 자라는 담관암은 초기 통증이 거의 없어 색 변화 같은 작은 이상으로 먼저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증상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수술이 어려운 단계로 진행된 사례도 보고돼 일상 속 몸의 변화를 살피는 습관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담관암을 포함한 담낭·담도암은 국내에서 연간 약 8000명 가까이 새롭게 진단되는 질환으로 전체 암 발생 순위 10위권 안에 드는 주요 암으로 분류된다.
12일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의 ‘2023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담낭·담도암 신규 환자는 7997명으로 집계됐으며 이 가운데 담관암을 포함하는 기타 담도암은 5220건이었다.
관련 사망자는 최근 기준 연간 5000명대 중반 수준으로 보고된다. 의료 현장에서는 비교적 늦은 단계에서 발견되는 사례가 많아 실제 체감 위험도는 통계 수치보다 더 크게 느껴진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발생 특성의 배경으로 과거 식습관과 연관된 감염 요인을 지목한다. 질병관리청 역학 자료에 따르면 자연산 민물고기를 날로 섭취할 때 감염될 수 있는 간흡충은 담관 내 만성 염증을 유발해 장기간에 걸쳐 담관암 발생 위험 증가와 연관되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도 주요 강 유역을 중심으로 감염 상황에 대한 추적 관리가 이어지고 있다.
◆눈 색 변하고 소변 짙어졌다면…몸이 보내는 경고
담관암은 조기 발견이 쉽지 않은 암으로 꼽힌다. 담관이 간 내부 깊숙이 위치해 있어 초기에는 통증이나 뚜렷한 자각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종양이 상당 부분 진행된 뒤에야 혈액검사나 영상 검사에서 이상이 확인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담즙 배출이 원활하지 않게 되면 눈 흰자위가 노랗게 변하는 황달이나 짙어진 소변 색, 피부 가려움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때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지만 이미 병기가 진행된 상태로 진단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조기 병변은 영상 검사만으로 확인이 쉽지 않은 경우도 있어 미세한 몸의 변화를 살피는 생활 습관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술 가능한 환자 절반 수준…몸의 미세한 변화가 단서
임상 통계에 따르면 진단 시점에서 근치적 수술이 가능한 환자는 전체의 약 40~50% 수준으로 보고된다.
담관 주변에는 간문맥과 간동맥 등 주요 혈관이 밀집해 있어 종양이 이를 침범하면 수술적 치료가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담즙 배출을 돕는 스텐트 시술이나 항암 치료 중심의 치료 전략이 시행된다.
대학병원 소화기내과 전문의는 “과거 민물회를 즐겼거나 담석증 등 담도 질환 병력이 있는 경우 정기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며 “이유 없는 체중 감소나 심한 피부 가려움, 눈 흰자위 색 변화 등은 간·담도계 이상을 의심해볼 수 있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담관암과 췌장암, 초기 증상 겹치는 경우 많아
비슷한 위치에 발생하는 췌장암과 혼동하기 쉽지만 두 질환 모두 초기에는 증상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담관이 막히면 담관암뿐 아니라 췌장 머리 부위 종양에서도 황달이나 짙은 소변, 피부 가려움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췌장암에서는 명치 부위 통증이나 등이 당기는 듯한 통증이 중요한 단서가 되는 경우도 보고된다.
결국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자신의 몸 변화를 세심하게 살피는 생활 습관이다. 내일 아침 거울 앞에서 눈을 한 번 더 오래 바라보는 그 몇 초가, 평범한 하루와 돌이킬 수 없는 질병의 갈림길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