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환경부가 취약계층의 기후위기 적응을 지원하는 ‘기후위기 적응 특별법’ 정부안을 마련한다. 기후위기로 인한 극한 기상현상으로 매년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하고 특히 그 피해가 취약계층에 집중됨에 따라 국회와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호현 기후부 제2차관은 12일 국회에서 열린 ‘기후적응법안 제정을 위한 입법공청회’에서 “현재 국회에 발의된 기후위기적응법안 4개를 통합한 대안(정부 입법안)을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더불어민주당 염태영 의원이 “국회에 발의된 기존 법안들에 대해 일부 보완 및 새로운 제안이 나왔다”며 “이를 종합적으로 담은 정부 입법안을 마련해줄 수 있냐”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현재 국회는 탄소중립기본법(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에서 ‘기후 적응’ 부분을 따로 떼 별도의 특별법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탄소중립기본법이 기후 적응 정책의 기본 방향을 제시하고는 있지만 대부분의 규정이 원칙적 선언 수준에 머물러 있어 보완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와서다.
이에 지금까지 더불어민주당 차지호 의원과 국민의힘 김소희·임이자·조지연 의원이 ‘기후위기 적응에 관한 특별법’을 각각 발의했다.
4건의 특별법에는 기후위기 취약계층·취약성·위험·회복력 개념을 명확히 정의하고 기본 원칙을 구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기후위기가 취약계층에 미치는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기후위험지도를 만들어 그를 기반으로 위험 저감 사업을 진행하는 내용 등도 포함됐다. 기후보험 제도도 활성화한다.
여기에 추가로 정부안에는 현재 재난 대응을 담당하고 있는 행정안전부의 역할, 명확한 재정 지원 근거 등이 추가로 담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이소영 의원은 “현재 발의된 특별법안이 기후적응 계획을 수립해 위험을 평가하고, 기후위험지도를 그린다는 취지는 좋다”며 “다만 어떤 돈으로 할 것인지, 누가 컨트롤타워 맡을 것인지, 행정안전부는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등의 내용을 보완하지 않으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 차관을 향해 “정부안을 만들 때 재정 문제와 컨트롤타워 명시, 부처 간 역할 조정을 잘 담아달라”고 요청했다.
기후적응법 제정은 국제적 추세다. 영국은 ‘기후변화법’(Climate Change Act)을 통해 감축과 적응 정책을 함께 규정하고 있고, 독일도 ‘기후적응법’을 제정해 연방과 지방정부의 적응계획 수립을 의무화했다. 일본은 2018년 기후변화적응법을 통과시켜 중앙정부, 지자체, 사업자, 시민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했다. 또 과학적 기후적응 정책 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해 국가 기후변동적응센터를 설립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도 국가적응계획 체계를 통해 전 세계 국가들이 △국가 기후위험 평가 △기후취약석 분석 △정책 주류화 △적응 정책 실행 △정책 평가 및 개선 등 정책 체계를 구축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날 진술인으로 참석한 김록호 전 세계보건기구(WHO) 과학부 표준국장은 “기후변화 대응은 그동안 온실가스 감축 중심으로 논의돼 왔다”며 “하지만 기후위기가 심화되면서 기후 적응은 국가 안전과 국민 생존을 위한 핵심 정책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요 공공기관에 기후적응 책임관을 두는 새로운 형태의 거버넌스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기상과 기후, 에너지, 재난 등 넓은 영역의 기후위기 관련 데이터를 아우를 수 있는 전문기관인 국가기후위기정보관리센터를 두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 차원의 재정 지원을 확대해야 한단 주장도 나왔다. 박찬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는 “기후위기 영향은 지역별·계층별로 매우 불균등하게 나타나며 특히 취약계층과 취약 지역에 집중되는 특성이 있다”며 “지방정부 역할이 핵심인데 재정과 행정역량이 충분하지 않은 문제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기후위기 적응사업을 위한 국가 차원의 재정지원 및 보조사업을 확대해야 하고, 취약지역 대응을 위한 특별교부금 또는 기후적응 재정 지원을 법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