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왜곡죄’ 첫날, 조희대부터 겨눴다

사법 3법 동시 공포

李 유죄취지로 파기환송 관련
박영재 대법관 함께 고발당해
“서면심리 원칙 의도적 미적용”
의원직 상실 양문석 “재판소원”

법원장 간담회, 실무 혼란 우려
“형사 법관 보호·지원 방안 필요”

법왜곡죄와 재판소원제 시행 첫날인 12일 조희대 대법원장이 고발당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 판결 당시 법을 의도적으로 왜곡해 적용했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에서 의원직 상실형이 확정된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의원(경기 안산시갑)이 곧장 재판소원 방침을 시사하는 등 법원의 확정 판결을 헌법재판소가 다시 판단하는 재판소원 접수도 잇따랐다.

 

여당 주도로 충분한 준비 없이 마련된 사법 3법 시행에 따른 혼란상이 단 하루 만에 산더미처럼 쌓인 것이다. 전국 법원장들은 재판소원제 시행에 따른 실무상 문제점 등을 우려하는 한편, 형사 법관 보호·지원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침묵 속 출근 법왜곡죄 시행 첫날인 12일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 판결 관련 법왜곡죄로 고발된 조희대 대법원장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고발인은 “조 대법원장이 지난해 5월 당시 대선 후보였던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는 과정에서 형사소송법상 서면 심리 원칙을 의도적으로 적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시스

이병철 법무법인 찬종 변호사는 2일 국민신문고 온라인으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조 대법원장과 박영재 대법관을 법왜곡죄로 처벌해달라고 고발한 데 이어 이날 정식 고발장을 냈다. 이 변호사는 같은 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도 법왜곡죄로 조 대법원장과 박 대법관을 추가로 고발했다. 법왜곡죄는 판·검사나 사법경찰이 형사사건 수사·기소·재판 등에서 법을 왜곡해 적용하면 10년 이하 징역과 자격정지에 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고발장에 따르면 이 변호사는 대법원이 지난해 5월1일 당시 대선 후보인 이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는 과정에서 형사소송법상 서면 심리 원칙을 의도적으로 적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댔다. 박 대법관은 이 사건 주심 대법관이었다.

 

법왜곡죄는 시행 전의 수사와 재판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지만, 이 변호사는 조 대법원장의 위법 상태가 지속되고 있으므로 처벌이 가능하다고도 주장했다. 법조계에선 이 변호사가 사실상 ‘예약 고발’을 한 셈이라 각하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헌재에는 이날 오후 6시까지 법원 재판의 취소를 구하는 재판소원이 16건 접수됐다. 헌재는 “재판소원은 법률상의 쟁송과정에서 이뤄지는 사실관계의 인정이나 이를 전제로 한 법률의 개별적 포섭·적용에 대한 불복절차나 재심절차가 아니다”라고 공지했다.

 

재판소원 1호 사건은 시리아 국적의 외국인이 강제퇴거명령 취소소송 관련 판결을 취소해달라며 낸 헌법소원인데, 청구자 측은 청구 시한을 넘겨 각하 가능성이 크자 “재판소원 기한을 정한 헌법재판소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의원. 공동취재

이날 대법원에서 딸 명의 편법 대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로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돼 의원직을 잃은 양 의원도 페이스북 글에서 “만약 대법원 판결에 우리 가족의 기본권을 간과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되면 변호인단과 상의해 헌재의 판단을 받아보려고 한다”고 했다.

 

만약 헌재가 6월 재보궐선거 이후 대법원 판결을 취소할 경우 양 의원과 새로 선출되는 의원 중 누구를 의원으로 인정할지 등을 두고 혼선이 불가피하다.

 

전국 법원장들은 이날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충북 제천시에서 열린 비공개 간담회에서 “개정법 규정의 의미가 불명확하고 관련 법률 개정이 병행되지 않아 실무상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며 “관련 법령 정비, 유관기관 협의 등을 통해 국민에게 미치는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법왜곡죄와 관련해선 형사 법관에 대한 고소·고발 관련 실질적인 보호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법원장들은 법관 보호를 위한 위원회 설치, 형사전문법관 도입, 형사재판 관련 수당 증액 등 방안을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