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라면 코너 앞에 선 주부 김모(42) 씨가 농심 ‘안성탕면’ 번들을 집어 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애들 간식에 한 끼 식사까지 라면 안 먹는 날이 없는데, 100원이라도 내린다니 반갑다.” 서민 식탁 물가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라면과 식용유 가격이 모처럼 하향 조정된다.
◆라면 출고가 40~100원 인하…일부 제품 중심 조정
12일 정부와 식품업계에 따르면 라면 업체 4곳은 다음달 출고분부터 일부 제품 가격을 인하한다. 대상은 총 41개 제품으로, 출고가 기준 약 40~100원 수준 조정이 이뤄질 예정이다.
삼양식품은 삼양라면 오리지널 등을 중심으로 평균 14.6% 가격을 낮춘다. 농심은 안성탕면·무파마탕면 등 16종을 평균 7.0% 인하한다.
오뚜기는 진짬뽕·마열라면 등을 평균 6.3% 조정한다. 팔도는 팔도비빔면·왕뚜껑 등 19종 가격을 평균 4.8% 내린다.
다만 각 사의 대표 상품인 신라면과 불닭볶음면 등 주요 브랜드 제품은 이번 인하 대상에서 제외됐다.
업계는 수익성과 브랜드 전략을 고려한 제품별 선택적 조정이라는 입장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출고가 인하가 실제 판매가격에 얼마나 빠르게 반영될지가 소비자 체감 물가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식용유도 가격 인하 동참…출고가 최대 1250원 낮춰
식용유 업체들도 가격 인하 대열에 합류한다. CJ제일제당과 대상, 오뚜기 등 6개사는 다음 달부터 출고가를 약 300원에서 최대 1250원까지 낮출 예정이다.
CJ제일제당은 카놀라유·포도씨유 등을 최대 6% 인하하고, 대상은 올리브유·해바라기유 등을 3~5.2% 낮춘다. 오뚜기는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 등을 평균 6% 조정한다.
지난달 제빵업계 일부 제품 가격 인하에 이어 라면과 식용유까지 가세하면서 식품업계 전반에 가격 안정 흐름이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원재료 가격 안정·물가 관리 기조 영향
이번 가격 조정은 원재료 가격 안정과 정부의 물가 관리 기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밀가루와 설탕 등 주요 원재료 가격이 최근 안정세를 보인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국가데이터처 물가 동향 등을 바탕으로 출고가 인하가 실제 소비자가 체감하는 판매가격 인하로 이어지는지 유통 현장 점검을 강화할 방침이다.
제과업계에서도 추가 가격 조정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식탁 물가 흐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마트 계산대 앞에서 체감하는 물가의 무게가 이번에는 정말 조금 가벼워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