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코멘트하겠습니다…‘루킹 삼진’ 일부러 당한거면 어때, 문보경의 3구 삼진은 팀 승리를 위한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이었는데

“노 코멘트하겠습니다”

 

한국 야구대표팀을 17년 만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로 이끈 문보경(LG)의 지난 9일 호주전 9회초 2사에서 당한 ‘루킹 삼진’에 대한 언급이다. 쾌조의 타격감을 뽐내던 문보경이었지만, 한국이 이미 7점째를 낸 상황에서 3구 만에 루킹 삼진으로 물러나자 일부 몰지각한 대만 팬들과 대만 언론들이 ‘문보경이 대만을 떨어뜨리기 위해 일부러 삼진을 당했다’며 음모론까지 제기했다. 이런 화제가 이역만리 마이애미에서도 화제가 됐고, ‘호주전 마지막 타석에 일부러 타격하지 않은 것이냐’는 물음에 노 코멘트로 즉답을 피했다.

 

한국야구대표팀 문보경이 11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FIU 베이스볼 스타디움에서 열린 훈련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 코멘트가 사실상 긍정을, 일부러 타격하지 않았음을 인정하는 것 아니냐고 할 수 있다. 근데 뭐 어떤가. 일부러 삼진을 당했다해도. 안현민의 희생플라이로 7점째를 따내며 7-2로 경우의 수를 충족한 순간 문보경이 굳이 더 점수를 내기 위해 타격을 할 필요는 없었다. 그때부턴 8점, 아니 100점을 내더라도 상황은 같았다. 9회말 수비에서 점수만 안 내주는 중요했다. 그러기 위해선 8회 1사에 올라왔다가 9회까지 마운드에 올라야 하는 조병현의 어깨가 식지 않는 게 필요했다. 문보경의 루킹 삼진은 팀 승리를 위한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결국 한국은 9회말 수비에서 이정후의 그림 같은 다이빙 캐치가 나오며 2실점 사수에 성공했다. 스포츠를 흔히 ‘각본이 없는 드라마’라고 하지만, 경우의 수가 분명히 존재했던 호주전만큼은 ‘각본이 있는 드라마’였던 셈이다.

 

지난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조별리그 C조 4차전 대한민국과 호주의 경기. 2회초 무사 1루 한국 문보경이 우중간 투런 홈런을 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조별리그 C조 4차전 한국과 호주의 경기, 2회초 무사 주자 1루 한국 문보경이 2점 홈런을 친 뒤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뉴시스
지난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C조 조별리그 최종전 대한민국과 호주의 경기. 호주를 꺾고 8강 진출을 확정한 한국 문보경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쿄돔에서 대폭발했던 문보경의 방망이는 미국 마이애미에서도 예열 작업 중이다. 문보경은 지난 1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FIU 베이스볼 스타디움에서 훈련을 마친 뒤 가진 인터뷰에서 “당연히 결승전이 목표”라며 “그 전에 8강전부터 준비를 잘해서 뜨거운 경기를 해보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국야구대표 문보경이 11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FIU 베이스볼 스타디움에서 타격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야구대표 문보경이 11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FIU 베이스볼 스타디움에서 타격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6개국이 조별리그를 마친 현재 문보경은 이번 WBC에서 타점 부문 전체 선두에 올라있다. 4경기에서 11개의 타점을 쓸어담은 문보경은 9타점으로 공동 2위에 올라있는 루이스 아라에즈(베네수엘라),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도미니카 공화국)에 2타점 앞서 있다. 세계 최고 선수들을 발 아래 둔 문보경은 “시차 적응 때문에 잠을 안 잔 상태에서 훈련해서 몸이 덜 깬 느낌이고 조금 피곤하다”며 “시차 적응이 중요한데, 오늘로 적응을 끝내려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1라운드 결과로 ‘슈퍼스타’가 됐다는 말에 “그건 아닌 것 같다. 예선 때 잘했다고 안주하지 않고, 8강부터 준비를 잘해서 포기하지 않고, 최대한 이겨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