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의 향방을 가늠하는 ‘강남권 풍향계’ 송파구 헬리오시티가 기이한 교착 상태에 빠졌다.
1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둘째 주 송파구 매매가는 -0.17% 하락하며 서울 내 최대 낙폭을 기록 중이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하락한 그 가격에 살 수 있는 집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최근 부동산 커뮤니티를 뒤흔든 전용 84㎡의 23억 8000만 원 거래는 본지 취재 결과 특수관계인 간 ‘증여성 거래’임이 재확인됐다. 지난 1월 기록한 최고가(31억 4000만 원) 대비 8억 원 가까이 빠진 수치에 시장은 술렁였지만, 이는 정상적인 시세 형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문제는 이 ‘착시 거래’가 매수자들의 눈높이를 한껏 높여놨다는 점이다. 가락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23억 원대 매물을 찾는 문의 전화는 빗발치지만, 그 가격에 던지는 집주인은 단 한 명도 없다”며 “허위 정보가 만든 기대감이 오히려 거래 절벽을 부추기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날 본지가 헬리오시티 단지 내 매물 9510가구를 일부 분석한 결과, 전용 84㎡ 호가는 25억 8000만 원(1층)부터 33억 원까지 극명하게 갈렸다. 하락 지표는 뚜렷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실거주자와는 거리가 멀다.
현재 27억~28억 원대에 나온 이른바 ‘초급매’의 80% 이상은 전세나 반전세를 끼고 사야 하는 ‘갭투자용’이다. 15억 원 초과 아파트 대출 규제가 여전한 상황에서 현금 동원력이 없는 수요자들에겐 무용지물이다.
반면 즉시 입주가 가능한 로열층 매물은 여전히 28억 5000만 원에서 29억 원 선을 견고하게 유지하고 있다.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다주택자들이 매물은 내놓으면서도 “세금을 더 낼지언정 헐값에는 안 판다”는 배짱 버티기에 들어간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이달 말부터 4월 초까지가 시장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주택자의 ‘막판 던지기’가 나올 시점이지만, 대출 허들에 막힌 매수자들이 움직이지 않으면서 ‘거래 실종’ 상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 연구원은 “지금은 주식시장 활황으로 자산가들의 자금이 부동산보다 증시로 쏠리는 시기”라며 “대출 규제에 막힌 서민 수요 대신 현금을 쥔 자산가들이 가격이 더 빠지기를 느긋하게 기다리는 ‘매수자 우위 시장’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