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사드 움직였다”…이란 전쟁이 흔든 한반도 [박수찬의 軍]

이란 전쟁의 후폭풍이 한반도로 몰려오고 있다.

 

이란은 4만원짜리 저가 드론을 대량 투입, 미군의 비싼 요격 미사일 소모를 늘리는 모양새다.

 

정밀유도무기 소모가 급증하자 미군은 세계 각지의 첨단 전력을 중동에 모으고 있다. 주한미군 PAC-3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도 일부 반출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주한미군 전력 문제는 대북 억제, 한·미 동맹 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요격미사일이 발사대에서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불안은 왜 발생하는가

 

주한미군 전력 반출과 관련, 청와대·외교부·국방부 등은 사실관계 확인을 하지 않고 주한미군 전력 이동 보도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설명은 없어서 ‘안보 불안’은 잦아들지 않는 모양새다.

 

지난 3일 경북 성주군 기지를 떠났던 사드 발사차량 6대와 지상장비가 대표적이다. 

 

사드는 하강하는 탄도미사일을 고도 40∼150㎞에서 요격하는 첨단무기다.

 

사드의 ‘눈’인 AN/TPY-2 레이더는 아주 작은 물체도 선명하게 포착, 실제 탄도미사일 탄두와 기만체, 파편을 구분한다. 탐지거리도 600∼3000㎞에 달한다.

 

패트리엇(PAC-3)과 천궁-Ⅱ에 사드가 추가되면 요격기회가 1회에서 2회로 증가, 지상 피해를 줄일 수 있다.

 

10일 오후 경북 성주군 주한미군 기지에 발사대가 하늘을 향하고 있다. 성주=뉴시스

사드를 경북 성주군에 배치하면서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한반도 면적의 3분의 1에서 절반에 달하는 면적을 방어할 수 있게 됐다.

 

한반도 사드 배치로 북한 미사일 대응은 한층 용이해졌다. 하지만 그 대가로 미국과 중국이라는 양대 강대국의 압박을 받아야 했다.

 

중국에선 ‘한한령’으로 불리는 교류 제한 조치를 당했고,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사드의 비용을 한국이 지불하기를 원하는데 사드 가격이 10억 달러(1조1300억원)”라며 한국을 압박했다.

 

비싼 대가를 치르며 북한 미사일 방어를 위해 국내에 배치한 사드였지만, 이란 전쟁이 발발하자 중동으로 일부가 빠져나갔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성주 기지에선 발사차량 6대가 지난 3일 어두컴컴한 밤을 틈타 주한미공군 오산기지로 이동했다. 

 

일부 차량들이 12일 밤 늦게 복귀했지만, 발사대가 없는 차량도 있었다. 오산기지에 발사대를 내려놓은 것으로 보인다.

 

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가 하늘을 향한 채 서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란 전쟁과 관련된 주한미군 사드의 움직임은 주한미군이 스스로 밝혔던 것과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7년 주한미군이 공개한 사드 팩트시트는 “사드가 한국에 배치될 시 유일한 임무는 북한의 중·단거리 탄도미사일로부터 한국을 지키는 것” “사드는 온전히 북한 미사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한 미사일 방어 체계”라고 소개했다.

 

한반도 내 사드는 북한 위협만 맡는다고 강조한 것이다.

 

팩트시트를 통해 ‘사드의 유일한 임무’를 말했던 주한미군이 9년 만에 사드의 일부를 북한과 무관한 이슈로 움직이는 것은 주한미군이 밝혔던 입장을 스스로 뒤집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입장이 바뀌었다면, 그 이유를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은 채 주한미군 방공무기 반출 징후가 잇따라 포착되니 국내에선 의문과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다.

 

주한미군 장병들이 평택 미군기지(캠프 험프리스)에서 비활성화탄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에 장착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중동으로 옮겨지는 사드의 일부가 다시 채워지는 시점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이란과의 충돌에서 미군은 6일간 사드 요격미사일 100∼150발을 쐈다. 전체 재고의 25%가 소모된 것이다.

 

제작사인 록히드마틴의 요격미사일 생산능력은 연간 96발. 그나마 실제 생산량은 2024년 11발, 지난해 12발에 그쳤다.

 

미국은 연간 생산량을 400발까지 늘릴 방침이지만, 실현 시점까진 7년이 걸린다. 이마저도 탐색기 등의 핵심 부품과 숙련공 부족, 공급망 취약성 등으로 실현 여부가 불투명하다.

 

주한미군 사드 요격미사일 재고가 언제쯤 이란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인지도 불투명한 셈이다.

 

국내에서 사드를 대체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한국군은 국산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L-SAM)를 내년에 전력화할 예정이지만, 요격범위는 고도 40∼80㎞로서 PAC-3·천궁-Ⅱ와 사드의 중간 수준이다.

 

현재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L-SAMⅡ 체계 중에서도 고고도요격미사일(요격고도 70∼150㎞)이 개발·배치되어야 사드와 유사한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 전력화가 완료되려면 5∼10년이 필요하다.

 

11일 경기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 방공 무기체계인 패트리엇 미사일 발사대에 요격미사일이 탑재되어 있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평택=뉴스1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

 

주한미군 사드는 이미 한국형미사일방어(KAMD)의 일부로 자리잡았다. 사드 레이더가 수집한 데이터는 공군작전사령부 내 KAMD 작전센터와 공유되고 있고, 북한 미사일 방어작전에 사드 레이더와 요격미사일 규모 등이 반영되어있다.

 

L-SAM이 사드와 비슷한 수준에 이르지 못했고, 미국 내 상황이 호전되지 않는 상황에서 KAMD와 연결된 주한미군 사드의 일부가 반출되면, 일정 기간 대북 전력 공백을 우려하는 문제 의식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재명 대통령이 “주한미군 방공무기 반출에 우리는 반대 의견을 내고 있지만, 우리 의견대로 관철할 수 없는 것도 현실”이라고 말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국 공군 패트리엇 발사대에서 요격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그럼에도 정부는 “미군 무기체계라 확인이 제한된다” “대북 태세에 문제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대북 억지력에 문제가 없는데 주한미군 방공무기 반출을 반대하는 것은 앞뒤가 안맞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의문과 논리적 모순은 불확실성을 높인다. 불확실성이 커지면 사람들은 불안해한다.

 

이를 해소하려면 정부와 주한미군이 사실 관계를 밝힐 필요가 있다. 

 

사드가 일부라도 한반도 밖으로 반출됐는지, 반출이 이뤄졌다면 언제 복귀하는지, 미군 대체·보완 전력은 있는지, 한국군의 능력 강화 계획은 무엇인지 등을 국민에게 설명하고 불안을 잠재우는 개방적·설득적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군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L-SAM) 발사차량이 이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새로운 동맹 딜레마가 온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주한미군의 움직임은 동맹 현대화와 맞물리면서 새로운 형태의 딜레마를 만들고 있다.

 

동맹 현대화를 앞세운 미국은 한국이 한반도 방위의 주도적 역할을 맡는 것을 강조하고 있고, 정부도 임기 내 한국군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추진중이다. 

 

동맹의 현안에 대한 공감대를 높이는 효과가 있지만, 문제도 있다.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분산되고, 대북 재래식 방어 부담이 줄어들면서 주한미군 전력이 한반도 밖 위기 국면에도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차량이 수송기에서 이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지난달 주한미공군 F-16의 서해 훈련 과정에서 중국 전투기와 한때 대치한 사건과 주한미군 방공무기 반출은 주한미군이 대북 억지 외에도 한반도 이외의 지역 작전에 언제든 투입될 수 있다는 점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 입장에선 군사적 자율성 증대와 더불어 ‘미국의 전쟁과 대전략에 어디까지 끌려들어갈 것인가’라는 연루의 우려도 함께 커지는 동맹 딜레마에 직면하는 셈이다. 기존의 동맹 리스크와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복합적 딜레마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딜레마가 앞으로도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란 전쟁에서 정밀유도무기를 대거 소모한 미국은 앞으로도 주한미군 전력의 역외 차출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지금 같은 기조를 유지하면, 한국의 전략적 입지를 스스로 좁히고 방위 부담은 더욱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한다. 

 

11일 경기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 C-5 수송기가 계류되어 있다. 평택=뉴스1

새롭게 등장한 동맹 관계의 복합적 딜레마를 새로운 계기로 삼아서 적극적으로 관리하려는 자세가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무제한적인 연루를 피하면서 미국의 글로벌 전략 우선순위에 따라 주한미군이 한반도 밖으로 차출되는 것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정교한 대전략을 수립·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딜레마 관리가 효과적으로 이뤄지면 대북 억지력을 강화하면서 한국의 군사적 자율성을 증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자주통일평화연대 등이 연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반대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주한미국의 역외 진출과 무기 반·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등을 개정, 보완할 것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딜레마를 방치하거나 관리에 실패한다면 한반도 군사대비태세 불확실성이 커지고, 미국의 한반도 방위공약에 대한 신뢰에 의문을 낳을 수 있다. 이는 동맹의 신뢰도를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주한미군 방공무기 차출은 숨겨져 있던 한·미 동맹의 딜레마를 끌어올렸다.

 

국제정세가 극적으로 바뀌는 지금 필요한 것은 “문제 없다”는 원론적·일방적 메시지가 아니다. 의문과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적극적인 태도다. 그것이 바로 정부와 군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