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발전의 미래로 불리는 ‘유기태양전지’의 치명적 약점이었던 전하 이동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열쇠가 발견됐다.
경상국립대학교 연구진이 소량의 고분자 물질만으로 전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만드는 ‘연결 고리’ 메커니즘을 밝혀내 학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가볍고 유연한 태양전지, ‘흐름’이 문제였다
유기태양전지는 우리가 흔히 보는 딱딱한 실리콘 태양전지와 다르다.
탄소를 포함한 유기물로 만들어 가볍고, 종이처럼 휘어지며, 심지어 옷감처럼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전기를 만드는 입자인 ‘전하’가 내부에서 이동할 때 길을 잃거나 중간에 멈춰버려 효율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학계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의 두 가지 물질 혼합 방식에 제3의 물질을 섞는 ‘삼원계’ 구조를 연구해 왔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주로 전자를 받는 쪽에만 집중했을 뿐, 전기를 보내주는 쪽을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1%의 마법, ‘DTBDT-SEH-C8’의 등장
경상국립대 공과대학 김기환 교수와 자연과학대학 김윤희 교수 연구팀은 이 문제에 착안해 새로운 고분자 물질인 ‘DTBDT-SEH-C8’을 설계했다.
이 물질은 기존의 주력 소재(PM6)와 구조적으로는 비슷하면서도, 전기가 흐를 수 있는 통로인 ‘공액 구조’를 더 넓게 확장한 것이 특징이다.
연구팀이 발견한 놀라운 점은 ‘양’이었다.
이 새로운 물질을 전체의 단 1%만 섞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하의 분리와 수집 효율이 동시에 급증했다.
마치 꽉 막힌 도로에 작은 연결 나들목(IC) 하나를 만들었더니 전체 교통 흐름이 원활해진 것과 같은 원리다.
◆‘인터스티셜 연결’, 전하의 고속도로를 놓다
연구팀은 첨단 분석 장비인 C-AFM(나노 스케일 전류 분포 측정기)을 통해 이 현상의 비밀을 밝혀냈다.
새롭게 개발된 고분자 물질이 태양전지 내부에서 전기를 주는 쪽과 받는 쪽 사이의 좁은 틈새에 자리를 잡고, 두 물질 사이를 효과적으로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인터스티셜 연결(Interstitial Connection)’이라 명명했다. 기존에는 전하들이 건너가기 힘들었던 경계선을 이 고분자 물질이 징검다리처럼 연결해 주면서 전하가 막힘없이 흐를 수 있게 된 것이다.
◆“차세대 태양전지 상용화 앞당길 것”
이번 연구는 단순히 효율이 좋은 소재를 개발한 것을 넘어 삼원계 유기태양전지에서 소재를 어떻게 설계해야 전하 이동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론적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김기환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유기태양전지의 성능과 안정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게 됐다”며 “건물 외벽이나 입는 태양전지 등 차세대 에너지 산업의 발전을 대폭 앞당길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에너지 및 소재 분야의 세계적인 학술지인 ‘케미컬엔지니어링저널(Chemical Engineering Journal)’에 게재되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