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일 된 딸의 품을 떠난 아빠, 5명의 가슴 속에서 다시 숨 쉬다

생후 60여일 된 딸아이를 둔 41세 가장이 5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영면에 들었다.

 

뇌사 장기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살리고 떠난 박성배씨의 생전 모습. 연합뉴스

 

13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 1월30일 동아대학교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과 폐, 간장, 양쪽 신장을 각각 기증했다. 한 남자의 물리적인 심장은 멈췄으나 그가 남긴 생명의 불씨는 타인의 몸속에서 다시 타오르게 된 셈이다.

 

박씨는 지난 1월19일 자택에서 취침하던 중 갑작스러운 두통을 호소하며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의료진의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그는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뇌사 상태에 빠졌다. 평소 주변을 살뜰히 챙기던 자상한 장남이자 퇴근 후 갓 태어난 딸을 품에 안고 잠들 때까지 놓지 않던 아빠의 갑작스러운 부재였다.

 

가족들은 박씨가 깨어날 가망이 없다는 최종 선고를 받은 뒤 기증을 결심했다. 이제 막 세상에 발을 내디딘 딸이 훗날 자랐을 때 아빠를 누군가의 생명을 살린 숭고한 사람으로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아내 임현정씨는 “우리는 걱정하지 마. 내가 우리 딸 오빠 몫까지 사랑 많이 주면서 잘 키울게”라며 “나중에 다시 만나면 그때 나에게 수고했다고 한마지만 해줘”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박씨의 기증으로 장기 이식만을 기다리던 환자 5명은 새로운 삶의 기회를 얻었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따르면 국내 장기 이식 대기자는 매년 증가해 4만명을 넘어섰으나 실제 기증자는 이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생후 60일의 딸을 둔 가장의 이 같은 선택은 한 개인의 소멸을 넘어 공동체의 생명력을 잇는 숭고한 유산으로 남게 됐다.

 

기증원 관계자는 “가장 힘든 순간에 내린 결단이 다섯 생명을 살렸다”며 고인과 유가족에게 경의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