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관광객 넘치는데 골목은 텅텅”…‘할머니 민박’이 해법 될까

관광객 증가에도 ‘핫플·고급숙소’ 소비 쏠림 현상
지역상권 체감경기 부진…‘머무는 여행’ 필요 목소리
빈집 활용 ‘할망숙소’ 등 지역 기반 공유숙박 대안도

“오고 가는 관광객 수 자체는 늘었는데 매출이 크게 늘지는 않았어요. 이쪽 골목은 텅텅 비었다고 봐야죠.”

 

지난달 6일 제주 제주시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진섭(47)씨는 최근 상권 분위기를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관광객이 늘어난 건 체감되지만 소비가 인스타그램에서 유명해진 식당이나 숙소로 집중된다”며 “무비자 입국 효과도 기대했지만 다들 가는 곳만 가니까 골목 상권까지 유입되지는 않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제주 제주시 구좌읍 전경. 게티이미지뱅크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힘입어 여행 수요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역 경기 회복으로 이어지진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여행이 일부 ‘핫플레이스’와 고급 숙박시설, 미식 중심으로 형성되면서 소비가 제한된 범위 안에서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관광객을 지역에 머물게 하고 소비를 분산시킬 수 있는 방식으로 지역 기반 공유숙박 모델 등이 대안으로 언급되고 있다.

 

30일 한국은행 제주본부의 올해 1분기 제주경제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숙박업은 도심지역 대형 호텔과 주요 관광지 인근 업소를 중심으로 객실 가동률과 매출이 개선된 반면 구도심과 농어촌 지역 중소형 업소로의 수요 확산은 제한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관광객 수요가 일부 중심 상권에 집중되면서 일반 음식점·소매업 등 지역 밀착형 업종의 체감 경기는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만의 문제는 아니다. 에어비앤비가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에 의뢰해 지난 1년간 국내 지역 여행 경험이 있는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한국인의 국내 여행은 방문지·목적·숙박 행태 등 전반에서 획일화 경향을 보였다. 최근 1년 내 방문지는 강원, 제주, 부산 등에 집중됐는데, 여행 목적은 ‘먹거리(64.4%)’에 편중된 반면 ‘체험 프로그램 참여(7.8%)’나 ‘로컬 콘텐츠 관련 방문(3.9%)’ 비중은 낮았다. 숙박 역시 호텔과 리조트 이용률이 70%로 압도적이었다.

 

지역 특색을 담은 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높았다. 국내 여행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개선점으로 응답자 42.4%가 지역별 특색 있는 콘텐츠 및 체험 개발을 꼽았다. 대전의 ‘빵집 순례’처럼 특정 지역 방문을 유도하는 핵심 콘텐츠가 여행 동기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지역 관광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개선점. 에어비앤비 제공

 

K-컬처를 계기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역시 다양한 콘텐츠를 원하지만, 실제 여행은 서울 등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었다. 에어비앤비가 지난 28일 발표한 한국을 방문했거나 방문할 계획이 있는 해외여행자 4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보고서를 보면 서울 외 지역을 여행했거나 여행에 관심이 있는 응답자의 74%는 드라마와 영화가 서울 외 지역 방문 관심을 높였다고 답했다. 그러나 실제 방문객의 66%는 여전히 서울에서 대부분의 일정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잠재 여행자의 83%는 서울 외 지역의 적절한 숙박 옵션 여부가 예약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샤론 챈 에어비앤비 아시아태평양 지역 커뮤니케이션 총괄은 “지방 소도시의 경우 호텔과 같은 전통적인 숙박 인프라가 제한적이고, 있더라도 소수의 유명 관광지 주변에 집중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숙박 인프라의 확충 없이는 상당한 규모의 잠재 수요가 실제 여행으로 이어지지 못할 것”이라고 봤다.

 

실제 지난달 5일 에어비앤비가 제주 서귀포시에서 개최한 비전포럼 현장에서도 관광 수요를 ‘머무는 경험’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양경수 한국관광공사 국민관광본부장은 “과거에는 여행을 처음 가면 유명 관광지를 중심으로 움직였지만, 여행 경험이 쌓일수록 사람들은 붐비는 명소보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여행지를 찾게 된다”며 “이를 위해선 교통, 쇼핑, 숙박 같은 기본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 가장 기본이 숙박인데, 지역 주민과의 연계를 통해 관광 활성화를 하려는 시도가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관광객 수가 아니라 ‘어디에서, 어떻게 머무느냐’가 지역 경제를 좌우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관광지 중심 동선에서 벗어나 지역에 머무르며 소비를 유도할 수 있는 지역 콘텐츠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안은주 제주올레 대표, 최순덕 호스트, 김순희 호스트(왼쪽부터)가 지난달 5일 제주 서귀포시에서 열린 에어비앤비 ‘대한민국 방방곡곡: 지역에 머물게 하는 공간·콘텐츠·사람’ 비전 포럼에 패널로 참여해 발언하고 있다. 김수연 기자

 

제주에서는 빈집이나 기존 주거 공간을 활용한 ‘할망숙소’와 같은 공유숙박 시도가 등장, 지역 체류형 여행을 유도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할망숙소는 제주 올레길 인근에서 사용하지 않는 할머니들의 빈방을 여행객에게 숙소로 제공하는 프로젝트다. 에어비앤비가 커뮤니티 펀드 지원을 통해 사단법인 제주올레와 함께 추진하고 있다. 안은주 제주올레 대표는 “제주올레길은 437km, 27개 코스로 운영되지만, 중간중간 숙소가 없는 곳이 많았다. 원활한 제주올레길 체험을 돕고자 혼자 사는 할머니들의 집을 민박 형태로 다시 활용해보려 한다”며 “제주 지역민이 실제 거주하는 집에서 그들의 삶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제주뿐 아니라 전주 한옥마을의 전통 수제 도장 만들기, 경주 문화유산 투어 등의 체험형 콘텐츠와 지역 공유숙박을 연계시키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서가연 에어비앤비코리아 대표는 “많은 한국인이 이미 해외에서 숙박 공유의 가격 경쟁력과 지역 체류의 매력을 경험했다”며 “지역의 독특한 매력을 담은 숙소를 합리적인 가격에 이용할 수 있도록 현재 규제에 묶여 있는 내국인 숙박 공유 제도가 개선된다면 여행 트렌드를 다변화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