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리스크 커지자…건설업계 해외 수주 전략 ‘다변화’

중동 수주 비중 25%…리스크 확대
건설사 해외 수주 전략 재점검
“중동 발주 물량 단기간 회복 힘들듯”

중동 정세 불안이 확산되면서 국내 건설업계가 해외 수주 전략을 재점검하고 있다. 전통적인 수주 시장인 중동 의존도를 낮추고 동남아시아와 북미, 유럽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수주 다변화’ 움직임이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내 건설사들은 현지 사업장 상황을 점검하며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철강과 기계 설비 등 주요 자재 운송이 지연돼 공정 차질과 추가 비용 발생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넘어선 지난 9일 경기 의왕시 의왕ICD 터미널에 화물차들이 주차돼 있다. 뉴스1

현재 중동에서는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카타르 LNG 수출기지 탱크 공사와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사우디아라비아 열병합 발전소 사업 등을 진행 중이다. 현대건설은 사우디 자푸라 유틸리티 프로젝트와 380킬로볼트(㎸) 송전선로 공사, 이라크 해수처리시설 사업을 맡고 있고, 대우건설도 이라크 신항만 건설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중동은 국내 건설사들의 핵심 해외 시장으로 꼽힌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액은 472억7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 중 약 118억8000만달러가 중동 지역에서 발생해 전체 약 25%를 차지했다. 중동 수주액이 이처럼 큰 규모를 기록한 건 2014년 이후 11년 만이다. 

 

◆ 해외 건설공사 장기 미수금 절반이 중동 

 

다만 대금 회수 지연 문제는 업계의 부담 요인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종욱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수행한 건설공사 중 1년 이상 대금을 받지 못한 장기 미수금은 약 4억9492만달러(약 7283억원)으로 집계됐다. 중동·인근 지역에서 발생한 금액이 약 3억439만달러(약 5061억원)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5년 이상 받지 못한 ‘악성 미수금’은 해외 건설공사 장기 미수금 중 약 2억1003만달러(약 3090억원)로 파악됐다. 

 

특히 이란 관련 사업에서도 미수금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란의 한 정유공장 개선 공사에는 장기 미수금 약 1297만달러, 이란의 한 국영 건설회사가 발주한 정유시설 증설 프로젝트에서는 장기미수금 약 1085만달러가 발생했다. 미수금이 1000만 달러 이상인 사업 대부분은 중동 지역 사업이었다. 

미국과 이란 전쟁이 계속된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KTX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뉴스 속보를 보고 있다. 뉴시스

◆“중동 발주 물량 단기간 회복 어려워...공기 지연 가능성도”

 

증권가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기적으로 건설업계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지난 9일 보고서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해제되더라도 중동 발주 물량이 단기간에 회복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위원도 “중동 정세가 불안정해질 경우 기자재 수급과 안전 문제로 공사 중단이나 공기 지연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건설업계에서는 중동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동남아시아와 북미 등 비교적 안정적인 시장으로 수주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대형 플랜트 발주가 집중된 중동 시장을 단기간에 대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