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를 80여일 앞둔 국민의힘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후보 추가 공모에 불참하고 장동혁 대표의 2선 후퇴를 사실상 압박하자, 장 대표는 오 시장을 위한 추가 후보 접수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며 양측은 강 대 강 충돌을 이어갔다. 장 대표는 “공천은 공정이 생명”이라고 말해 오 시장에게 또다시 추가 접수의 길을 열어주기는 곤란하다는 인식을 내비쳤다. 이런 가운데 공천을 책임지고 있는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어제 사퇴하면서 국민의힘의 혼란상은 말 그대로 점입가경이다.
이 공관위원장은 13일 “모든 책임을 제가 지고 물러난다”고 했다. 장 대표가 지난달 12일 이 위원장을 임명한 지 약 한 달 만이다. 현역 서울시장이 후보 등록을 두 차례나 거부하더니 끝내 공관위원장이 물러나는 것은 그동안 한국 정당사에서 찾아볼 수 없던 일이다. 12·3 불법 계엄 이후 1년 3개월이 넘도록 그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국힘의 한심한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표면적으로는 오 시장이 계속 공천 신청을 거부한 게 사퇴의 결정적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국민이힘이 마련한 1차 공천 신청에 이어 전날 마감된 2차 공천 신청도 거부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오 시장의 두 차례 후보 미등록에 강한 불만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혁신 공천의 기치를 들었던 이 위원장은 “공천 과정에서 변화와 혁신을 더 이상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본질을 들여다보면, 국민의힘 내부에 여전히 도사리고 있는 ‘윤(尹)의 그림자’와 이를 걷어낼 의지도 능력도 없는 지도부의 무소신이 자리 잡고 있다.
오 시장이 제시한 조건은 명확하다. 의원총회 결의문의 ‘절윤’(絶尹·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노선을 이행할 수 있는 ‘혁신 선거대책위원장’을 전면에 내세우고, 윤 어게인 세력에 동조해 온 당내 인사에 대한 인적 쇄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 대표는 그러나 그 결의문이 약속한 절윤을 행동으로 옮기라는 요구에 뜨뜻미지근한 행보로 일관하고 있다. 장 대표가 마지못해 윤과의 절연 행사에 참석은 했지만, 실제로 이를 이행할 마음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껍데기뿐인 절연 쇼로는 떠나간 민심과 오 시장의 결단을 되돌릴 수 없다.
지금 국힘은 벼랑 끝에 서 있다. 어제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국힘 지지율은 1%포인트가 떨어져 20%를 기록했다. 지지율이 민주당(47%)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도 66%로 갤럽 조사에서 최고치에 달하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국힘으로서는 처절한 혁신 없이는 생존조차 장담할 수 없는 성적표다. 국힘 후보들이 당 색깔인 빨간색 점퍼를 거부하고 당명을 지울 정도로 아우성인 게 공연한 엄살이 아니다. 장 대표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선거에서 지면 당대표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 그런 각오라면 혁신선대위 구성 요구에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장 대표와 국힘이 함께 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