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도시 멈춰 섰다”…네옴 터널 계약 해지, ‘중동 붐’ 기대에 제동

텅 빈 사막 위로 솟아오른 거대한 타워크레인과 덤프트럭의 행렬. 최근까지 ‘제2의 중동 붐’ 상징으로 주목받던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건설 현장에 속도 조절 신호가 켜졌다.

 

연합뉴스

국내 건설사들이 공들여 따낸 초대형 프로젝트가 발주처의 사업 구조 재편 결정으로 멈춰 서면서, 장밋빛 전망에 가려졌던 ‘오일머니 리스크’가 현실로 다가오는 분위기다.

 

현대건설은 사우디 네옴컴퍼니로부터 2022년 6월 수주했던 터널 프로젝트 계약이 해지됐다고 13일 공시했다. 전날 발주처로부터 수령한 공문에는 ‘사업 재편에 따른 계약 해지 요청’이라는 사유가 명시됐다.

 

이번에 해지된 사업은 네옴시티 핵심 구상인 선형도시 ‘더 라인(The Line)’ 지하에 12.5㎞ 구간의 터널을 구축하는 대형 인프라 공사였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그리스 아키로돈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했으며, 고속도로와 지하철, 화물 철도가 지나는 도시의 핵심 교통축 역할을 맡을 예정이었다.

 

전체 계약 규모는 약 10억달러(최근 환율 기준 약 1조3000억원)로, 이 가운데 현대건설 지분은 약 7231억원 수준이다. 당초 내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돼 왔지만, 사우디 측이 네옴 프로젝트 전반에 대한 속도 조절과 구조 재검토에 나서면서 사업 일정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외신에서는 총연장 170㎞로 구상됐던 ‘더 라인’ 초기 개발 구간이 상당 폭 축소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한국 기업들의 중동 인프라 시장 확대 가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업으로 평가돼 왔다. 정부 부처와 주요 기업이 협력 체계를 구축해 수주 지원에 나서는 등 대형 해외 프로젝트 진출 전략의 대표 사례로도 꼽혔다.

 

다만 발주처의 사업 재편 결정으로 일부 계약이 정리되면서, 정책적 기대감에 기반한 해외 수주 전략의 불확실성도 함께 부각되는 분위기다. 현지 재정 상황과 사업성 재검토 등 외부 변수에 따라 프로젝트 추진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현실적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건설 측은 “이미 투입된 비용에 대한 정산이 완료돼 현재까지 재무적 손실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세부 합의 조건은 비밀유지 조항에 따라 공개하지 않았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번 계약 해지가 개별 사업에 국한되지 않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사우디가 자금 조달 여건과 사업 우선순위를 재조정하는 과정에 있어, 국내 기업들이 참여 중인 다른 인프라 프로젝트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