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구멍 경우의 수 뚫어낸 기적의 결말은 치욕의 ‘콜드게임 엔딩’…‘류지현호‘, ‘최강’ 도미니카에 투타, 수비, 허슬까지 모든 게 완벽히 밀렸다 [WBC 8강]

[남정훈 기자] 바늘구멍 같은 경우의 수를 뚫고 오른 기적적인 8강 진출의 결말은 ‘콜드게임 엔딩’이었다. 17년 만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 무대에 오른 한국 야구대표팀의 도전이 다소 치욕적인 패배로 막을 내렸다. 세계의 벽은 높았지만, 그 벽을 경험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소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AP연합뉴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데표팀은 1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전에서 도미니카 공화국의 ‘최강 타선’에 압도당하며 0-10, 7회 콜드게임으로 패했다. 2013 3회 WBC 우승국인 도미니카 공화국은 통산 두 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메이저리거 30명으로만 구성된 도미니카 공화국에게 이날 한국은 투타에서 모두 압도당했다. 투구와 타격에서만 밀린 게 아니다. 수비나 기본적인 플레이, 디테일 등 모든 면에서 밟혔다.

 

그나마 한국이 비빌 수 있는 건 타격으로 보였지만, 타선조차 지난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2위에 오른 크리스토퍼 산체스의 공을 제대로 건드리지도 못했다. 포심 패스트볼을 던지지 않는 산체스는 90마일 중후반대의 싱커와 체인지업, 슬라이더로 한국 타선을 완벽하게 요리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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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 1사 후 박동원의 볼넷으로 산체스의 퍼펙트 행진을 겨우 깬 한국은 4회에 선두 타자 저마이 존스가 우전 안타로 첫 안타를 신고했다. 그러나 이정후의 투수 앞 땅볼이 병살타로 처리되며 순식간에 주자가 사라졌다. 느린 화면 상 이정후의 발이 더 빨랐지만, 한국은 이미 비디오 판독 기회가 없어 판정을 뒤집을 수 없었다. 이정후의 병살타 이후 안현민이 이날 한국과 도미니카 공화국 타자들의 전체 타구를 통틀어 가장 빠른 속도로 기록된 타구(108.7마일)로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때려냈지만, 이미 누상에는 주자가 없는 상황이었다. 안현민의 2루타가 이날 한국이 기록한 마지막 안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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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WBC, 아니 전체 WBC를 통틀어도 최강 타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도미니카 공화국은 한국 마운드를 처참하게 짓밟았다. ‘코리안 몬스터’라 불리며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 2위,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2위까지 올랐던 류현진조차 흐르는 세월 탓일까. 도미니카 공화국 타선을 막아내지 못했다. 1회엔 삼자범퇴로 처리하며 기세를 올렸지만, 2회 들어 피안타 3개, 볼넷 2개로 석점을 내줬다. 결국 2회를 채우지 못한 류현진은 1.2이닝 3피안타 2볼넷 3실점으로 이날 경기를 마쳤다. 2사 1,2루 위기에서 마운드에 오른 노경은이 케텔 마르테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간신히 추가 실점을 막아냈다.

 

객관적인 전력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선 수비와 디테일 등 기본기가 충실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2회엔 아쉬운 홈 송구가 첫 실점으로 이어졌다. 2회 선두타자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가 볼넷으로 출루했고, 1사 후 주니오르 카미네로가 좌익선상으로 흘러나가는 2루타를 때려냈다. 발이 그다지 빠르지 않은 게레로 주니어는 3루를 돌아 홈으로 달렸다. 한국 수비는 빠른 릴레이 플레이로 홈으로 공을 던졌다. 타이밍 상으로는 아웃이었다. 그러나 송구가 정확하지 못했다. 유격수 김주원의 송구는 홈에서 한참 벗어났다. 이를 잡은 포수 박동원이 게레로 주니어를 태그하기엔 타이밍이 늦었다. 결국 헤드 퍼스트 슬라이디응으로 들어온 게레로 주니어의 득점이 됐고, 류현진이 더 흔들리며 실점은 3점으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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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에 넉점을 내주며 한국은 승기를 완전히 잃었다. 이번에도 수비에서 사달이 났다. 선두 타자 후안 소토가 안타로 나간 뒤 게레로 주니어가 중월 2루타를 터뜨렸다. 소토는 이번에도 3루를 돌아 홈으로 쇄도했다. 앞선 2회의 한국 야수진의 아쉬운 수비를 이미 경험한 도미니카 공화국은 이번에도 과감하게 홈으로 내달렸다.

 

이번엔 중계 플레이도 깔끔했고, 유격수 김주원의 송구도 제대로 들어갔다. 박동원도 미트에 공을 제대로 잡았다. 완벽한 아웃타이밍. 그러나 태그가 문제였다. 박동원은 공을 잡은 뒤 슬라이딩해 들어오는 소토의 몸이 아닌 땅을 먼저 태그했다. 이른바 ‘땅 태그’였다. 소토는 들어오는 팔을 돌려 홈 플레이트를 터치했고, 세이프 판정. 판독 요청을 했지만, 홈 터치가 먼저였다. KBO리그에서도 빈 글러브 태그 등으로 비판을 받았던 박동원은 이런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아쉬운 태그 플레이로 한국의 위기를 자초했다. 바 있다.

 

한국의 이런 아쉬운 플레이 뒤에는 몸값이 천문학적임에도 몸을 아끼지 않는 도미니카 공화국 선수들의 허슬도 돋보였다. 7억6500만달러, 5억달러의 소토, 게레로 주니어도 득점 하나를 위해 과감하게 몸을 날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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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빈. 뉴스1

이어진 1사 1,2루에서 마운드에 오른 곽빈은 첫 타자 어거스틴 라미레스를 삼진으로 잡아냈지만, 이후 헤랄도 페르도모,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케텔 마르테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며 밀어내기로만 두 점을 내줬다. 그 순간 한국의 패배는 확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4회부터 6회까진 도미니카 타선을 잠재우며 희망을 품었다. 고영표와 조병현, 고우석이 마운드에 올라 씩씩하게 공을 뿌리며 무실점으로 틀어막아냈다.

류현진이 마운드에서 내려오고 있다. 연합뉴스
콜드게임패를 당한 대한민국이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뉴스1

그러나 5회까지 산체스를 상대로 2안타 1볼넷 탈삼진 8개를 헌납한 한국 타선은 6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앨버트 아브레유에게도 2이닝 동안 탈삼진 3개를 당하며 퍼펙트를 당했다.

 

결국 결말은 콜드게임 엔딩이었다. 7회 마운드에 오른 소형준이 매니 마차도에게 안타, 오닐 크루즈에게 볼넷을 내주며 1사 1,2루에 몰렸고, 훌리오 로드리게스를 땅볼처리해 2사 1,3루를 만들었으나 오스틴 웰스에게 3점 홈런을 맞고 10실점째를 채웠다. 7회 10점. 콜드게임 조건이 만들어지면서 한국은 8,9회는 해보지도 못하고 세계 최강에게 무릎을 꿇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