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배당’ 지우고 소수 주주 목소리 키운다…유통가 밸류업 주총 본격화

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 전광판에 비치는 화려한 조명 뒤에서 국내 주요 유통사의 이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운 책임을 마주하고 있다. 단순한 실적 보고를 넘어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끊어낼 지배구조 개혁의 시험대에 올라섰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오는 19일 롯데하이마트와 GS리테일을 시작으로 20일 롯데쇼핑, 24일 신세계, 26일 현대백화점·이마트·한화갤러리아·BGF리테일 등이 잇따라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 전광판에 비치는 화려한 조명 뒤에서 국내 주요 유통사의 이사회는 어느 때보다 무거운 책임을 마주하고 있다. 단순한 실적 보고를 넘어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끊어낼 지배구조 개혁의 시험대에 올라선 상황이다.

 

이번 주총 시즌의 핵심 화두는 이사회 투명성 강화다. 특히 신세계·이마트·현대백화점은 그동안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해 온 ‘집중투표 배제 조항’ 삭제 안건을 상정하며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집중투표제는 이사 선임 시 주당 선임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소수 주주가 특정 후보에게 표를 집중할 수 있어 대주주 견제 기능이 강화될 수 있다.

 

이는 개정 상법 취지와 정부 밸류업 정책 방향에 부합하는 조치로 해석된다. 롯데쇼핑도 전자 주주총회 개최 근거를 마련해 주주 참여 문턱을 낮출 계획이다.

 

주주환원 정책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이마트와 현대백화점은 ‘선 배당액 확정 후 배당기준일 지정’ 방식을 도입한다.

 

배당 규모를 사전에 확인하고 투자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해 투자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이마트는 연내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밝힌 데 이어 이번 주총에서 배당 확대 안건도 다룰 예정이다.

 

인사 측면에서는 위기 대응과 자본 효율성 강화를 위한 재무·전략 전문가 전진 배치 흐름이 나타난다.

 

롯데쇼핑은 내부 실무 책임자 중심 경영 체계를 유지하면서 외부 재무·디지털 전문가를 영입해 경쟁력 보강에 나선다.

 

신세계는 지원 조직 책임자를 사내이사로 선임하고 법률 전문가를 재선임해 지배구조 안정성을 유지할 계획이다.

 

성장 정체 국면에 접어든 유통업계는 이번 주총을 계기로 내실 경영과 디지털 전환 속도를 높일 전망이다. 롯데쇼핑은 AI 기반 물류 효율화에, 신세계는 백화점 본업 경쟁력 강화 전략에 무게를 두고 있다. 편의점 업계도 PB 상품 확대와 비용 구조 개선 등 수익성 중심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업은 자산 가치 대비 주가가 낮은 대표적인 저PBR 업종”이라며 “이번 주총에서 나타나는 지배구조 개선 의지가 향후 시장 평가와 주가 흐름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