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항로 보호를 이유로 주요국에 군함 파견을 요구한 가운데, 가장 먼저 호명된 중국의 전략적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미중 정상회담과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요구를 거부할 경우 협상 국면에 압박 명분이 될 수 있고, 호응할 경우 주요 원유 수입국이자 우방국인 이란과의 관계에 균열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상호 적대 행위 중단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상황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파병 요구는 시기적으로 미중 정상회담 전 고위급 회담 국면에서 미국에 관세 협상의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대응 전략은 복잡해지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는 15∼1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고위급 경제협의를 갖는데, 이는 이달말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계기로 이뤄질 미중 정상회담에 앞선 사전 의제조율 성격이 강하다.
특히 관세와 희토류, 첨단기술 수출통제, 미국산 농산물 구매 문제 등 양국 간 주요 무역 협상과 관련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미국이 양국간 주요 일정을 코앞에 두고 중국에 중동 안보 문제에 적극적인 개입을 요청한 것은 해협 안정화 목적을 넘어 '책임론'을 부각하며 협상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볼 여지가 큰 대목이다.
중국 역시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동 불안을 촉발한 미국에 대한 비판 발언을 자제하는 한편, 연일 북한과의 관계 회복을 과시하며 대북 영향력을 높여 협상 지렛대로 삼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12일 코로나19 확산 이후 6년 만에 베이징-평양 여객 열차 운행을 재개한 바 있으며, 오는 30일부터는 베이징발 평양행 직항 항공 노선을 역시 6년만에 다시 운항키로 했다.
중국이 미국에 군사력을 지원해 오랜 에너지 협력으로 전략적 우방 관계를 맺어온 이란을 겨냥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중국 분석 책임자였던 데니스 와일더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중국이 미국과 협력하기 위해 군함을 파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중국은 이미 이란과 중국 선박의 안전 통행에 관한 협정을 맺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중국은 중국행 원유의 안전 통과를 보장하는 방안을 이란과 협의하는 등 우회적인 자국 선박 보호에 무게를 두고 있다.
CNN에 따르면 이란은 위안화로 거래되는 원유를 실은 선박만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AP는 최근 호르무즈 해협과 페르시아만 인근의 일부 상선들이 '중국 관련 선박'이라고 표시해 안전을 보장받으려 한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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