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태가 3주째 접어든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등 5개국에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보낼 것을 요구하며 확전 조짐이 나오고 있다. 이란은 하르그섬 공습에 반발해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 항구를 타격하고 미군 기지 등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트럼프, 한국 등 5개국 지목해 호르무즈에 군함 파견 요구…당사자국 신중론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도로 인해 영향을 받는 많은 국가들은 해협을 열려 있고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미국과 협력해 '군함(War Ships)'을 파견할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바라건대, 이러한 인위적인 제약으로 인해 영향을 받는 중국, 프랑스, 일본, 한국, 영국, 그리고 기타 국가들이 이 지역에 선박을 보내어 완전히 참수된 국가에 의해 호르무즈 해협이 더 이상 위협받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고 썼다.
이어 추가 게시글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석유를 공급 받는 전세계 국가들은 반드시 그 항로(passage)를 책임져야(take care of) 한다"며 "우리는 도울 것이다. 그것도 아주 많이"라고 부연했다.
호르무즈 해협에는 특히 기뢰와 함께 단거리 미사일도 발사되는 상황이라 선박 호위 작전에는 큰 위험성이 따른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미군 뿐만 아니라 다국적 군으로 선박 호위작전을 펼치며 미군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를 줄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NBC 인터뷰에서도 "여러 국가가 참여하기로 했을 뿐 아니라 훌륭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국가명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이란이 해협에 기뢰를 설치했는지는 불분명하다면서도, "해협을 매우 강력하게 수색할 것이고 다른 국가들도 우리와 함께 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미국이 전날 이란의 원유 수출 핵심 기지인 '하르그섬'을 공격한 것에 대해서는 "재건까지 오래 걸려 석유 시설은 공격하지 않았다"면서도 "재미로 몇 번 더 공격할 수 있다(We may hit it a few more times just for fun)"고 경고했다.
미군 중부사령부도 이날 공식 성명에서 어젯밤 하르그섬에 대규모 정밀 타격을 실시했으며, 이번 타격으로 석유 시설은 보존하면서 하르그섬 내 90개 이상의 이란 군사 목표물을 성공 타격했다고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이 아닌 제3국, 특히 비동맹국인 중국을 특정해 이란을 겨냥한 군사 작전을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주미 중국 대사관은 파병 요청에 대한 즉답은 피한 채 "중국은 적대 행위의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한다"며 "중국은 중동 국가들의 진정한 친구로서 관련 국가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긴장 완화 등을 위한 건설적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CNN에 전했다.
CNN에 따르면 앞서 영국과 프랑스도 호르무즈 해협 자유 통행을 위한 다국적 함대 구성에 신중론을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앞서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통행을 보장하기 위한 다국적 함대 구성을 지지한다면서도 "조직화에 수 주가 걸릴 수 있다"고 했다. 존 힐리 영국 국방장관도 "호르무즈 해협 관련 논의는 초기 검토 단계"라면서 "선제적인 긴장 완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도 트럼프 행정부가 아직 공식 요청하지는 않았으나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군함 파견 목적과 요구사항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다국적군으로 작전에 임할 경우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해 현실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란, '호르무즈 우회로' UAE 푸자이라 항구 공격…"UAE내 美 미사일 기지 타격할 것"
이란도 미군의 하르그섬에 대한 보복으로 이날 오전 UAE 푸자이라 항구에 드론 공격을 감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푸자이라 항구는 드론 잔해가 떨어져 화재가 발생했고 일부 선적 작업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UAE 동쪽 해안가인 오만만에 위치한 푸자이라 항구는 아부다비의 하브샨 유전과 400㎞ 길이 송유관으로 연결돼 일일 약 150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 발발 후에도 수출을 지속해왔다.
또 이란 정규군과 혁명수비대간 작전을 조율하는 통합 지휘부 '하탐 알안비야'는 이날 대변인 성명에서 UAE 항구와 부두, 미군 은신처에 위치한 미군의 미사일 발사 지점을 타격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주민들에게 대피를 권고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통행을 두고 피아를 구분하려는 행보도 보이고 있다.
인도 항만 당국은 이날 "인도해운공사(SCI) 소속 액화석유가스(LPG) 유조선 2척이 이날 새벽 호르무즈 해협을 안전하게 통과해 인도로 향하고 있다"고 발표했으며, CNN은 이란 고위 관료를 인용해 위안화로 거래되는 석유 화물을 실은 유조선에 대해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허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도 MS NOW 인터뷰에서 현재 호르무즈 해협이 열려 있지만 이란의 적대국과 그 동맹국 소속 유조선과 선박들에게는 폐쇄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러시아와 중국을 이란의 전략적 파트너라고 강조하면서 군사 분야를 포함한 협력은 계속될 것이라고도 했다.
주이라크 미국 대사관은 이란 전쟁 이후 2번째 공격을 받았으며, 대사관은 모든 미국 시민에게 이라크를 즉시 떠나라고 권고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라크에서 활동하는 극단주의 시아파 준군사조직 카타이브 헤즈볼라가 공격 배후를 자처하고 있다.
NYT에 따르면 전쟁 발발 이후 2100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대부분 이란에서 사망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도 최소 장병 13명이 숨졌으며, 이날 이라크에서 추락한 미군 KC-135 공중급유기 탑승자 사망자 신원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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