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싱가포르 주택 정책을 한국 부동산 해법의 참고 사례로 언급하면서 우리 정부가 ‘싱가포르 모델’도 일정 부분 채택할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싱가포르 모델’에 대해 정부의 토지 보유, 공공주택 공급, 중앙적립기금(CPF)을 통한 주택 자금 지원과 실거주 중심 과세가 맞물린 구조여서 이 중 일부 제도만 떼어내 한국에 적용하긴 어려울 것으로 본다.
1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5월 보유세 체계 개편 등 부동산 후속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다주택자와 비거주자, 외국인에 대해 높은 세율의 보유세와 취득세를 부과하는 싱가포르의 정책 일부를 반영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앞서 이 대통령은 이달 초 싱가포르를 방문한 자리에서 “싱가포르와 대한민국의 유사점 중 하나는 좁은 국토에 많은 사람이 산다는 점”이라며 “(싱가포르는) 좁은 국토에서 엄청난 경제적 성장을 이뤄냈으면서도 주택이나 부동산이 전혀 사회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 정말 놀랍다”고 했다. 그러면서 싱가포르의 주택·부동산 정책이 한국의 주택 문제 해결에 중요한 참고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싱가포르의 부동산 정책에 관심이 높아진 배경이다.
◆공시가격 vs 임대가치… 과세 기준 달라
◆싱가포르 인구 80% 공공주택 거주
싱가포르는 국토의 약 90%를 정부가 보유하고 있으며, 주택개발청(HDB)이 이 토지 위에 공공주택을 건설해 공급한다. 공공주택은 정부가 공급하는 HDB 주택이 중심이고, 민간주택 시장에는 콘도와 단독주택 등이 포함된다. 공공주택은 국가가 토지 소유권을 유지한 채 개인에게 99년 동안 사용권을 부여하는 ‘토지임대부(리스홀드)’ 방식으로 제공된다. 싱가포르는 인구의 약 80%가 공공주택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토지임대부 구조를 한국에서 원활하게 운영하기는 쉽지 않다. 임 교수는 “싱가포르처럼 토지 임차와 리스홀드가 일상화된 법·제도 환경에서는 작동할 수 있지만, 한국은 민법 체계와 토지 소유 구조가 달라 그대로 이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토지임대부 주택은 분양 시점에는 저렴해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재건축이나 분양 전환 과정에서 소유권과 가격을 둘러싼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 주택 금융 역시 정부 정책과 연계돼 있다. 싱가포르는 국민연금 성격의 중앙적립기금(CPF)을 활용해 주택 구매 자금을 지원한다. 국민들은 CPF에 적립된 자금을 공공주택 구입이나 주택담보대출 상환 등에 사용할 수 있어 공공주택 공급 정책과 금융 지원이 함께 작동하는 구조다.
싱가포르는 정부 중심의 토지 소유 구조와 공공주택 공급, 금융·세제 정책이 맞물린 ‘패키지형 주거 정책’을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독립 초기 주거난 해결서 출발한 공공주택 정책
싱가포르가 이런 주거 정책을 도입한 데는 역사적 맥락이 있다. 싱가포르는 독립 초기 심각한 주거난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가 토지를 확보하고 공공주택 공급을 주도했다. 1960년 주택개발청을 설립한 뒤 정부 주도로 토지를 확보하고 대규모 공공주택 건설에 나섰다. 이후 장기 토지이용계획과 도시 기본 계획을 기반으로 주거지 개발과 산업단지 조성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도시 개발을 체계적으로 관리했다. 한국을 비롯해 다른 나라에 싱가포르 모델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기자 마이크 버드는 최근 저서 ‘부동산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나’에서 “이미 민간 토지 소유가 광범위하게 형성된 국가에서는 싱가포르처럼 정부가 토지를 기반으로 주택 정책을 설계하기 어렵다”며 “유일한 대안은 토지 소유자에게 시장 가격에 따라 혹은 그 이상으로 보상을 제공하는 것인데 엄청난 비용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