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경기도 화성에 있는 PBV(목적 기반 모빌리티) 전용인 기아 ‘이보(EVO) 이스트 공장’ 관계자의 얘기다. 스마트 태그와 같이 다양한 첨단 기술이 적용된 이보 공장은 ‘힘들고, 위험하고, 인간의 능력 이상을 요구하는’ 작업은 로봇이, 공정 조율과 최종 확인 등은 사람이 하는 식으로 효율성을 높였다. 화성 이보 공장은 지난해 창립 80주년을 맞은 기아가 쌓아온 기술력을 집대성한 곳으로,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이끌어갈 주축 중 하나로 꼽힌다.
◆엠블럼 부착, 바퀴 조정 등 자동화
자동차 조립 공장은 작업자들의 드릴 소리와 쇳가루 냄새가 풍기는 땀내 나는 현장일 것이란 예상과 달리 이보 조립 공장은 상당히 깨끗하고 조용했다. 지난해 8월부터 양산을 시작한 신생 공장임을 감안해도 환경이 매우 쾌적했다. 자동화율이 높은 덕분이다.
◆근골격계 부담 줄어, 안전 향상
자동화는 불량률 저감, 효율성 제고뿐 아니라 작업자의 안전·건강을 돕는 데 큰 기여를 했다. 헤드라이닝(차량 천장 내장재)과 루프 패드(차량 지붕 안쪽에 부착되는 방음·완충 패드)를 장착하기 위해선 사람이 약 5㎏ 무게의 패드를 들고 차량 내부에 들어가 몸을 구부리고 고개를 들어야 한다. 해당 패드를 제대로 끼워넣을 때까지 목, 어깨, 허리, 무릎 관절에 부담을 주는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중노동이 아닐 수 없다.
이보 공장에선 로봇 팔이 손쉽게 해냈다. 로봇이 패드를 들고 차량 내부에 진입하자 비전 카메라가 보라색 불빛을 쏘아대며 내부를 스캔했다. 기아 측 관계자는 “입력받은 값대로만 작업하는 게 아니라 차량마다 미세한 치수 편차가 있기 때문에 3D 스캔으로 실제 차체 형상을 읽어 그에 맞게 장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보 공장에도 작업자들이 꽤 있었는데 모두 자신의 키에 맞게 기계 높이를 조절하는 등 편안해 보이는 자세로 작업했고, 중노동 작업은 자동화로 변경됐다. 성기모 이보 공장장(상무)은 “작업자의 건강을 위해 근골격계에 무리가 가는 공정은 자동화에 나섰다”며 “사람의 눈으론 볼 수 없는 수준의 도장 이물과 스크래치를 비전 카메라 검사를 통해 찾아내는 등 사람과 지능화 설비가 서로 융합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불량 0’까지 수천개 항목 검사
이보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PV5는 수천개 항목을 거쳐 ‘불량 0’ 판정을 받은 뒤에야 외부로 나간다. 공정마다 카메라 모니터링을 거쳐 다음 공정으로 보낼지, 수리 알림을 띄울지 결정하고 차량이 다 만들어진 뒤에도 여러 가지 검사를 거친다. 카메라가 차량 내외부를 스캔하며 각 부품에 붙은 바코드 스티커를 통해 부품이 맞게 쓰였는지 확인했는데, 차량에 붙은 스티커만 1000여개에 달했다. 거의 마지막 관문인 ‘수밀 테스트’에선 누수 확인을 위해 차량에 시간당 300㎜ 이상의 물을 3분40초가량 퍼부었다.
이보 공장 작업자들은 모두 각 차량의 ‘모바일 검사 성적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 안에 있는 수천개 항목이 0이 될 때까지 직원들이 거듭 검사하고 확인한다. 기아 품질혁신실장인 윤학수 상무는 “옛날에는 대부분의 공정이 사람의 손을 통해 이뤄지고 검사도 수작업에 의존했지만, 지금은 자동화와 인공지능(AI) 기술을 적극 도입해 오차를 최소화한 ‘품질 완성형 공장’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기아의 80년 헤리티지 속에서 품질 DNA를 계승하고 신기술 기반 개선 활동을 지속하면서 고객에게 양질의 차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아의 차세대 공장인 이보는 지난해 PV5를 생산하는 ‘이스트’ 공장이 지어졌고, PV7을 생산할 ‘웨스트’ 공장은 2027년 가동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