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망명이 허용됐던 이란 여자 축구대표팀 선수와 스태프 3명이 고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고 AP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이들은 전날 밤 호주 시드니를 떠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국영 방송과 반관영 타스님 통신 역시 자국 대표팀 선수 2명과 지원 스태프 1명이 망명 신청을 포기하고 말레이시아로 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로써 망명 결정을 번복한 인원이 추가되면서, 호주에 남아 있는 인원은 3명으로 줄어들었다.
토니 버크 호주 내무부 장관은 성명에서 “이란 대표팀 3명이 나머지 팀원들과 함께 이란으로 돌아가는 여정에 합류하기로 결정했다”면서 “그들은 이같은 결정을 호주 당국자들에게 알린 뒤 논의할 기회를 여러 차례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버크 장관은 “호주 정부는 그들이 이곳에서 안전한 미래를 누릴 기회를 얻을 수 있게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며 “(하지만 그들은) 믿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결정을 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호주 ABC뉴스는 망명 결정을 번복한 선수의 어머니가 보낸 음성 메시지를 지난 12일 공개하기도 했다. 이 메시지에서 어머니는 이란계 호주인 공동체를 통해 딸에게 “이란으로 돌아오지 마라. 널 죽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호주 내 이란계 공동체는 해당 선수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당시 이란 인터내셔널TV 진행자 라하 푸르바크시는 ABC뉴스에 “선수들은 모두 극도로 불안해하고 매우 지쳐 있다”면서 “지금 그들의 가장 큰 걱정은 이란에 있는 가족들”이라고 말했다. 푸르바크시는 이란 선수들과 긴밀히 연락해 온 인물이다. 그는 “막대한 금전적 보상, 가족에 대한 협박, 가족이 인질로 잡힐 수 있다는 경고가 있었다”며 “일부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이란으로 돌아갔다”고 전했다.
이란계 호주인 데니즈 투프치도 “이란 당국자들이 가족을 걱정하는 선수들에게 이란으로 돌아가라고 했다”며 “이런 말을 전하는 건 매우 우려스럽다. 왜냐하면 이는 ‘우리가 당신 가족들을 인질로 잡고 있으니 돌아와야 한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실상 이런 정부가 대표팀 선수들의 귀국을 압박했다는 주장이다.
이란 여자 대표팀은 지난달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 간 전쟁이 발생하기 전 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출전을 위해 호주에 입국했다. 이후 지난 2일 한국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이란 선수들이 국가(國歌)를 부르지 않자, 이란 국영 TV는 이들을 ‘전시 반역자’라고 비난했다.
선수들의 안전 문제가 제기되자 호주 정부는 대표팀 일부 선수들에게 망명 신청 기회를 제공했다. 실제로 일부 선수와 스태프는 인도주의적 체류 비자를 발급받았다. 해당 비자를 받을 경우 최대 12개월 동안 호주에 체류할 수 있으며, 이후 영주권 신청 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자격도 주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