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란의 해협 봉쇄와 유조선 공격, 걸프만 국가에 대한 무차별적 타격에 이어 기뢰 부설 위험 등 가시화된 위협은 원유 수송의 동맥을 위협하고 있다. 이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급박한 사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은 항행의 자유와 공동방위 원칙을 내세워 한국을 포함한 주요 우방국에 군함 파견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 등 주변국이 발 빠르게 움직이는 현실 속에서 우리 정부 역시 전략적 모호성을 탈피하여 냉혹하고도 능동적인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
관련국들이 입장표명을 미루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수혜자 부담 원칙에 따라 우방국 파병을 압박하며, 이번 주중 다국적 호위연합체 구성을 공식 발표할 것임을 밝혔다. 우리 정부가 직면한 가장 큰 고민은 대이란 외교적 자율성과 한·미동맹 의무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이다. 이재명정부의 국익 중심 외교 기조에서 특정 진영에 편입되는 것은 상당한 외교적 비용과 이란과의 관계 냉각을 초래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제정치의 현실주의 관점에서 볼 때 한·미동맹은 북한의 비대칭 위협을 관리하는 국가 안보의 최후 보루이다. 미국의 요청을 외면할 경우 향후 한반도 유사시 미국의 개입을 담보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이 우려된다.
따라서 이번 파병은 단순한 지원을 넘어 국제 해양 질서 수호와 우리 국민의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한 자구적 조치이자, 미래 안보 기반을 공고히 하는 상호주의적 의무 이행으로 접근함이 옳다. 다만, 미국의 요구에는 자국 해군의 위험을 분산하려는 의도가 내포되어 있으므로, 청해부대 등 한국군 파병 시 국익을 극대화하고 장병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명확한 ‘필요충분조건’이 전제되어야 한다.
고성윤 한국군사과학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