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번엔 형량 낮다고 판사 고소… 법왜곡죄 혼란 점입가경

법왜곡죄 시행 후 1심 재판장이 사건 관계자로부터 고소를 당한 첫 사례가 나왔다. 스마트솔루션즈(전 에디슨EV) 주주연대 총괄대표 A씨는 엊그제 서울남부지법 김상연 부장판사를 법왜곡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소했다. 김 부장판사는 쌍용차 관련 허위공시 사건 1심을 맡아 지난달 강모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A씨는 고소장에서 “13만 소액주주의 피해를 외면한 부조리한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이 구형한 징역 15년보다 형량이 확 낮아진 것은 재판장이 고의로 법률을 왜곡한 결과라는 것이다. 이런 논리라면 모든 판결이 법왜곡죄 위반 고소감이다.

우리 헌법은 재판과 관련해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제103조)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는 선고와 관련해 판사에게 재량을 부여한 것이지만 논리적 타당성과 경험칙에 바탕을 둬야 한다. 잘못된 판단을 하면 상급심에서 파기된다. 판결문에서 선고 이유를 상세히 밝히는 이유다. 단지 선고 형량이 기대에 못 미쳤다고 해서 법관을 겨냥한 고소·고발을 남발한다면 헌법이 보장한 재판 독립의 원칙을 형해화하고 판사 재량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 뻔하다.



선진 자유민주주의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한국에도 심급제도가 있다. 사건 당사자가 보기에 1심 판결이 불만족스러우면 항소 또는 상고를 통해 상급 법원에서 다시 다툴 권리를 보장한 것이다. 그런데도 1심 선고 후 해당 판사를 덜컥 공수처에 고소부터 하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이런 식이라면 3심제가 왜 필요하고 고등법원이나 대법원의 존재 이유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법 상식에도 배치되는 이번 판사 고소 건은 법왜곡죄가 사법 정의를 바로잡기보다는 수사와 재판 주체를 괴롭히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음을 예고한다. 당연히 무혐의 처분되겠지만 그 과정에서 투입되는 수사력은 불필요한 낭비 아닌가.

이런 혼란은 더불어민주당이 법안을 강행 처리할 때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법을 왜곡한 행위를 처벌한다’는 개념 자체가 너무 모호해 헌법상 명확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됐으나 민주당은 귀를 닫았다. 대법원이 형사재판부 판사들의 위축을 막고자 보호 및 지원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고는 하지만 근본적 해법이 될 수는 없다. 국회가 법왜곡죄의 폐단을 바로잡는 형법 개정에 나서는 것이 순리다. 판검사들의 위헌소송 제기와 헌법재판소의 심사를 거쳐 폐기하는 방안도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