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 산불 범인은 ‘봉대산 불다람쥐’… 경찰에 “방화 충동 못 참았다” 진술

울산서 17년간 90여차례 불질러
징역 10년 복역 후 2021년 출소
2월 축구장 327개 면적 태워
경찰, 증거물 압수수색 후 체포

올해 첫 대형 산불로 기록된 경남 함양군 산불의 원인이 경찰 조사 결과 방화로 밝혀진 가운데 방화 용의자인 60대 남성이 구속됐다. 취재 결과 이 용의자는 과거 17년 동안 90여차례에 걸쳐 울산 지역의 산에 불을 지른 일명 ‘울산 봉대산 불다람쥐’로 확인됐다.

2월 22일 경남 함양군 마천면 창원리 야산에서 산불이 강풍을 타고 계속 번지고 있다. 오른쪽은 2011년 3월 28일 울산 산불 방화범 현장검증 모습. 뉴시스·연합뉴스

16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남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지난달 21일 발생한 함양 산불 용의자 김모(64)씨를 지난 13일 산림재난방지법 위반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김씨는 지난달 21일 함양 마천면 한 야산에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산불 발생 직후 그 일대 50여세대, 80여명 주민들에 대한 긴급대피 문자가 발송돼 인명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비닐하우스 1동과 농막 1동이 전소됐으며 축구장 327개 면적에 달하는 234㏊의 산림이 불에 탔다. 함양 산불은 발생 초기부터 초속 20m 이상의 강한 바람을 타고 급격히 확산해 발생 다음 날인 22일부터 산불 대응 2단계와 국가소방동원령이 잇따라 발령됐다.

 

김씨는 이에 앞서 지난달 7일과 지난 1월29일 함양군 마천면 가홍리 한 야산과 전북 남원시 산내면 한 야산에 각각 불을 낸 혐의도 받는다. 경찰은 산불이 발생한 전후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 행적이 수상한 김씨를 용의선상에 두고 조사해 왔다. 경찰은 김씨가 지난달 21일 함양 산불에 앞서 불을 낸 두 건의 산불 현장에서도 행적이 발견된 정황 등을 토대로 피의자로 특정,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해 증거물을 확보했다.

 

김씨는 계속 혐의를 부인하다가 수사망이 좁혀지자 심리적 압박을 느껴 최근 범행을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산불 뉴스를 보고 희열감을 느꼈다. 불을 지르고 싶은 충동을 참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취재 결과 김씨는 1994년부터 2011년까지 17년간 울산 동구 동부동의 봉대산 일대에서 확인된 것만 96건에 이르는 연쇄 방화범인 ‘울산 봉대산 불다람쥐’로 확인됐다. 1994년부터 울산 봉대산 일대 반경 3㎞ 이내에서 해마다 겨울이 되면 산불이 일어났다. 당시 경찰은 산불이 너무 잦자 방화로 판단, 수사 전담팀까지 꾸려 방화범 검거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김씨는 신출귀몰하게 수사망을 피하며 범행을 계속 이어 가면서 ‘봉대산 불다람쥐’라는 별명이 붙었다. 김씨는 과거 범행으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고 2021년 출소 후 고향인 함양으로 이사 온 뒤 야산에서 버섯과 약초 등을 채취하며 생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함양 산불 방화 수법도 과거 김씨의 연쇄 방화 수법과 동일하다. 두루마리 휴지를 말아 나중에 불이 붙게 하는 일종의 ‘지연 발화’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최근 전북 남원과 경남 함양에서 발생한 산불을 김씨 단독 소행으로 보고, 여죄가 있는지 집중 조사하고 있다. 방화는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위험성이 높고 재범률이 높아 방화범에 대한 특별 관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