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직접 등판 ‘檢 개혁’ 교통정리… 정부안 입법 속도

강경파 겨냥 작심 메시지

李, 檢총장 명칭 변경 등 반대
개혁 반발 목소리 차단 정조준
이르면 19일 본회의 상정 검토

李, 초선 만찬서 '겸손·진중·치밀히'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공개적으로 여당 내 검찰개혁 강경파를 겨냥한 메시지를 낸 데는 강성 지지층을 상대로 ‘선명성’만을 강조하다가는 개혁에 대한 반발 목소리가 득세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외과 시술적 교정” 등의 메시지로 에둘러 표현해 온 개혁에 대한 의중이 강경파에게 먹혀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직접적인 언급을 통해 교통정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설치법 정부안을 ‘당정협의안’이라고 강조하며 일각의 우려를 두고 “기우”라고 선을 그은 이 대통령의 등판에 더불어민주당도 긴급히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여는 등 입법 작업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이날 엑스(X)에 올린 글에서 필요시 현 당정협의안을 수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강경파가 주장하는 ‘검찰총장 명칭 변경’ 등 개혁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수정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공소청 책임자 명칭을 헌법이 규정한 ‘검찰총장’으로 할 것인지 공소청장으로 할 것인지, 검사 전원을 면직한 후 선별 재임용할 것인지는 수사 기소 분리(검사의 수사 배제)와는 직접 관련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근거로는 현행 헌법의 내용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헌법은 검찰사무 주체로 검사를, 검찰사무 총책임자로 검찰총장을 명시하고 있어서 검찰 사무담당기관명은 검찰청이 상식적으로 맞다”며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었더니 이제 와서 검찰총장을 공소청장으로, 검사를 공소관으로 바꿔야 한다고 하는 것은 과유불급”이라고 적었다. 위헌 소지를 사전에 차단해 개혁 반대 집단에 빌미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수사·기소 분리’와 ‘검찰의 수사 배제’라는 검찰개혁의 본질과는 무관한 목적으로 수정안을 만들 경우 반격을 당할 수 있다는 점도 짚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엑스에 올린 글에서도 “필요한 개혁을 하더라도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며 모두를 개혁 대상으로 몰아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결과가 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운데)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시·도당위원장협의회 회의 중 물을 마시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 일환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법안을 이르면 19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방침이다. 허정호 선임기자

이 대통령은 전날에 이어 민주당 초선 의원 32명과 만찬 회동에서 “집권여당으로서 겸손하고 진중하고 치밀하게 행동해 세상을 잘 바꾸자”고 했다고 김기표 대변인이 전했다. 김 대변인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국민이 ‘여당·정부가 참 잘하는구나. 그래서 우리 삶이 바뀌는구나’라고 생각하도록 노력하자”며 “야당일 때보다 훨씬 에너지를 쏟고 공부도 많이 하고 국민과 더 만나자”고 강조했다. 검찰개혁 정부안을 두고 여권 일각에서 비판이 제기된 데 대한 이 대통령의 직접 언급은 없었다. 다만 이 대통령은 “여당은 정책을 항상 정책 자체로 접근하는 게 옳다”고 했다고 한다. 이 밖에 이 대통령은 “집값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며 부동산 가격 안정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민주당은 이 대통령의 메시지를 두고 당정협의안을 처리하라는 명확한 ‘신호’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한 원내 핵심 관계자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의 메시지는) 있는 그대로 해석해야 한다”며 “이렇게 세 번이나 입장을 내는 건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정례적으로 진행하는 최고위 외에도 저녁에 비공개 최고위를 개최했다. 이 대통령이 정부안의 국회 처리 필요성을 강조하는 신호를 발신함에 따라 민주당은 향후 입법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이르면 19일 본회의 상정도 검토 중이다. 강준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중수청·공소청법과 관련해 19일 통과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내 이견 조율이 막바지 단계인지에 대한 질문에도 “주말에 지속적으로 조율해왔고 금명간에 결과가 나오면 19일에도 가능하다”고 답했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제 (초선 의원) 만찬에서 대통령은 당정의 책임에 대해 강조했다”며 “중수청·공소청 정부안이 이미 당론으로 확정돼 있다. 이제 빨리 (입법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칙론’을 고수하는 범여권 내 강경파가 계속 입장을 고수할지가 변수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정부가 만든 법안에 문제가 있으면 고쳐야 한다. 검찰이 침묵하고 있는 의미를 직시해야 한다”면서 “입법 권한은 국회에게 있다”고 말했다. 혁신당이 범여권 투표에서 이탈할 경우, 민주당 단독으로 법안 투표는 가능하나 국민의힘이 할 것으로 예상되는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 종결은 어려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