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함께 하는 주요 공개 일정에 잇따라 등장하면서 정치적 위상 변화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16일 김 부장이 김 위원장과 순천지구 청년탄광연합기업소 천성청년탄광에 마련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선거장에서 전날 투표한 후 탄광을 점검했다고 보도했다.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는 한국의 국회의원 총선거에 해당한다. 북한 헌법상 최고 주권 기관인 최고인민회의의 대의원을 뽑는 자리는 체제 지지를 확인하는 정치 행사다. 이런 자리에서 김 부장이 김 위원장과 등장한 것은 권력 핵심 인물로 꼽힌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 총무부장’ 직책 확인…총 수여로 신임 과시
김 부장은 지난달 27일 김 위원장이 군 지휘관들에게 신형 저격수보총을 전달한 행사에서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 자리에서 김 부장의 ‘노동당 중앙위원회 총무부장’ 직책이 확인됐다.
지난달 열린 9차 노동당 대회에서 김 부장이 국무위원에 진입한 사실은 발표됐지만, 구체적인 직책이 공개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총무부는 당 중앙위원회의 각 전문 부서 업무를 총괄·조정하고 자금 운영 등 당 행정 전반을 관리하는 핵심 실무 부서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이날 김 위원장이 직접 신형 총을 수여한 장면도 눈길을 끌었다. 북한에서 ‘총대’는 단순한 무기가 아닌 권력을 뜻하는 정치적 상징이다. 지도자가 총을 수여하는 행위는 신임을 표시하고, 군사 권위를 부여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 부장은 군 간부가 아닌 당 간부임에도 총 행사에 참여해 사격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부장은 총무부장직에 오른 뒤에도 한·미 연합훈련인 ‘자유의 방패(프리덤 실드·Freedom Shield)’를 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하는 등 대남 메시지를 담당하고 있다. 김 부장은 과거부터 선전선동부 간부를 맡아 북한의 대남 메시지를 전달하는 핵심 인물로 활동해 왔다. 2020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직접 지시하는 성명을 낸 것이 대표적이다.
◆‘권력 관리자’ 부상?…후계 관리 역할 관측
당 운영 실무의 정점인 총무부장에 임명되고, 김 위원장과 함께하는 모습이 연이어 노출되면서 김 부장이 실질적인 통제력을 갖게 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의 가장 가까운 혈육이 당 운영 핵심 부서에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다만 과거 김 부장이 권력 전면에 등장했다가 후계 논란으로 물러난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 인사를 후계 구도로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 부장의 위상이 주목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0년에도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정치국 후보위원을 맡으며 대남·대미 담화를 직접 발표하는 등 존재감을 키운 바 있다.
이승열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지난해 4월 낸 보고서 ‘북한 엘리트 내 권력구조의 변화와 시사점’에서 “최룡해 비공식조직의 영향력 확대는 권력 내부의 견제를 불러왔으며, 백두혈통 김여정이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에 임명되면서 최룡해 견제가 본격화됐다”고 분석했다. 당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었던 최룡해의 영향력이 커지자, 김 위원장이 이를 견제하기 위해 김 부장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과 김 부장의 역할 확대가 맞물리면서 후계자 논란이 불거지고, 2021년 8차 당대회에서 김 부장의 직책이 축소됐다. 김 부장이 실권을 쥐면 후계자 논란이 따라올 만큼 정치적 영향력을 지닌 인물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사례로 평가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의 가장 가까운 혈육인 김 부장을 실무 정점에 배치한 것은 후계 구도의 ‘관리자’ 역할을 수행하려는 중장기적인 포석으로 읽힌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