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이 방역조치를 강화하고도 국내 3대 가축질병 확산을 막지 못하고 있다. 하루 동안 차량이나 물건을 이동하지 못하도록 막는 기존의 대응 방식을 유지한 탓에 최대 수개월 생존이 가능한 바이러스 차단에 실패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1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 건수는 22건으로 역대 최대다. 지난해 발생 건수(7건)보다 3배 이상 늘어난 것은 물론, 세 달도 안 돼 2019∼2025년 발생한 전체 건수(55건)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증가 속도가 빠르다.
올해 ASF는 이전과 달리 발생지역, 유전자 유형 등에서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ASF는 경기·강원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해 왔으나, 올해는 강릉에서 시작해 경기·충청·전라·경상도 등 전국 여러 지역에서 확인됐다. 심지어 배합사료에서도 ASF 유전자가 검출됐다.
바이러스 유형 역시 기존과 차이가 있다. 국내에선 야생멧돼지에서 주로 확인되는 유전형 ‘IGR-Ⅱ’가 주로 발견됐으나, 올해는 네팔이나 베트남 등 해외에서 주로 발생하는 ASF 바이러스 유전형인 ‘IGR-I’이 대부분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에서 ASF로 확인된 IGR-I은 단 3건에 불과하다. 그러나 올해 양돈농가에서 발생한 22건 중 19건이 IGR-I이다. IGR-I은 통제가 힘든 야생멧돼지가 아닌, 농장 간 차량이동이나 축산물 반입 같이 인위적인 요인으로 전파되는 경우가 많다. 방역당국의 방역망이 뚫렸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방역당국이 발생 농장 중심으로 방역망을 구축하는 기존 방식에 기대고 있는 것도 ASF의 전국적인 확산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방역당국은 2019년 ASF 국내 첫 발생 이후 살처분, 24시간 일시 이동중지명령, 역학조사, 주변 소독이라는 기본 방역 틀을 유지하고 있다. 야생멧돼지에 ASF가 발생한 농장 중심으로 ASF가 추가 확산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ASF 바이러스는 토양 등에서 수주에서 최대 수개월까지 생존할 수 있는데, 24시간 이동중지명령 이후 토양에 묻은 바이러스가 차량에 옮겨 다른 지역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 경기 안성·화성 등은 차량·물품 전파 가능성이 높다. 또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월9일 ASF가 확인된 전남 나주 농장은 2주 전 ASF가 확인된 전남 영광 소재 농장과 역학적으로 연관된 농장으로 확인됐다.
ASF뿐 아니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도 심상치 않다. 이번 동절기 국내 가금농장의 고병원성 AI는 총 57건으로 지난 두 번의 동절기(32건, 49건) 때 기록을 뛰어넘었다. 구제역은 2025년과 올해 2년 연속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