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틸수록 빚만 는다”…하루 80곳 문 닫는 자영업 ‘폐업 도미노’

하루 평균 80곳 간판 꺼지는 골목상권…외식 가맹점 연 2만9000건 폐업 흐름
다중채무 비중 70% 웃돌며 금융 부담 확대…“손님보다 이자가 더 무섭다”
청년 자영업자 1년 새 3만3000명 감소…흔들리는 창업 생태계 경고등

퇴근길 상가 골목, 오늘도 또 하나의 간판 불이 꺼졌다. 불 꺼진 매장 유리문에는 ‘임대 문의’ 전단이 덩그러니 붙어 있고, 한때 줄을 서던 손님들의 흔적은 이미 사라졌다. 외식 프랜차이즈 폐점 흐름을 단순 환산하면 전국에서 하루 평균 약 80곳의 자영업 매장이 문을 닫는 상황이다.

 

하루 평균 약 80곳의 자영업 매장이 문을 닫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게티이미지

서울 서대문구에서 디저트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해 온 김모(42) 씨도 최근 폐업을 결정했다. 인근에 유사 콘셉트 매장이 잇따라 들어서며 매출은 급감했고, 임대료와 인건비 부담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커졌다. 매장 한쪽에 놓인 빛바랜 개업 화분만이 이곳의 시간을 말해준다.

 

김 씨는 “매출이 줄어드는 속도보다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빠르다”며 “버틸수록 손해가 커지는 상황이라 결국 폐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폐업 사업자 첫 100만명 돌파…구조적 부담 확대

 

자영업 위기는 주요 경제 지표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소비 둔화로 외식·프랜차이즈 업종의 기초 체력이 약화되는 가운데 금융 부담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확대되는 흐름이다.

 

17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 개인사업자를 포함한 전체 사업자 폐업 규모는 약 100만8000명 수준으로 집계 이후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자영업 시장 전반의 구조적 부담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자영업자의 이중고: 1,070조 부채의 늪. 제미나이 생성 그래픽

한국은행 기준 개인사업자를 포함한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2025년 2분기 말 약 1069조6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이다.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 비중도 70%를 웃돌며 원리금 상환 부담이 매출 회복보다 앞서는 ‘현금흐름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청년층 이탈 가속…창업 진입 문턱 높아져

 

국가데이터처 고용동향 마이크로데이터를 보면 지난해 15~29세 청년 자영업자는 약 15만4000명으로 1년 사이 3만3000명 감소했다.

 

취업시장 유입 확대 등 영향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자영업 진입 자체가 줄어드는 흐름도 나타난다. 창업을 통한 자립 경로가 좁아지면서 골목 상권의 세대 교체 속도 역시 둔화되는 모습이다.

 

◆유행 따라 출점 반복…‘롤러코스터 상권’ 고착

 

마라탕, 탕후루 등 단기간 인기를 끄는 메뉴가 등장할 때마다 유사 콘셉트 매장이 밀집 출점하는 현상은 상권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신촌과 건대 등 대학가 상권에서는 반년 사이 디저트 매장이 다른 콘셉트 매장으로 교체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일부 상권에서는 신규 매장의 평균 생존 기간이 1년 미만으로 짧아지는 흐름도 관측된다.

 

매출 감소와 금융 부담 속 ‘버티기 폐업’이 일상이 되고 있다. 게티이미지

한국부동산원 상업용 부동산 통계에서는 공실률 상승과 임대료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비용 역전’ 흐름도 확인된다. 고정비 부담이 커질수록 가맹점주가 감당해야 할 경영 리스크 역시 확대되는 구조다.

 

◆외형 경쟁 한계…산업 체질 개선 요구

 

공정거래위원회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점 폐점은 연간 2만9000건을 웃도는 수준이다. 단기 유행 중심 출점 경쟁에서 벗어나 브랜드 경쟁력과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중심으로 산업 체질을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늘도 불 꺼진 간판 아래에서 누군가는 폐업 비용부터 계산하고 있다. 골목의 밤이 길어질수록 창업의 문턱은 더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