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량 적어도 잔금 치러야”…법원, 밭떼기 계약 농민 손 들어줬다 [별별화제]

농산물 밭떼기 매매 계약을 체결한 뒤 예상 수확량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상인이 일방적으로 대금 지급을 거절한 사건에서 법원이 농민의 손을 들어줬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은 농민이 상인을 대상으로 한 매매 잔금을 지급 소송에서 승소판결을 끌어냈다고 17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공단에 따르면 A씨는 무를 재배하는 농민이다. 2024년 12월 농산물 매매 상인 B씨와 3만3000㎡ 토지에서 재배한 무를 3.3㎡당 8000원에 매도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 2400만원을 받았다.

 

계약 내용 중에는 예상 수확량을 평당 13㎏으로 정하고 만일 실제 수확량이 예상 수확량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매매대금을 감액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수확기가 도래하자 상인 B씨는 수확량이 예상보다 적고 무의 생육 상태도 좋지 않다는 이유로 잔금 지급을 거절했다. 이에 A씨는 잔금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상인 B씨는 오히려 A씨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계약금 반환을 요구하는 반소를 제기했다. A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을 찾아 도움을 요청했다.

 

사건의 쟁점은 계약이 밭떼기 매매에 해당하는지와 수확량 감소 등으로 인한 위험을 농민이 부담해야 하는지였다. 소송 과정에서 상인 B씨는 실제 수확량이 계약서에 기재한 예상 수확량 보다 적고 농작물 상태도 좋지 않아 매매대금을 다시 정산해야 하고 농민이 계약상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공단은 해당 계약이 상인 B씨가 종자를 제공하고 출하 시기와 비용을 부담하는 전형적인 밭떼기 매매 계약이라고 주장했다. 밭떼기 매매의 경우 수확 이후 발생하는 가격 하락이나 수량 감소 등의 위험은 원칙적으로 매수인이 부담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따라서 농민인 A씨는 수확 가능한 상태로 농작물을 인도하면 계약상 의무를 다한 것이기에 밭떼기 매매의 실제 수확량이 예상 수확량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은 매수인이 입증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광주지방법원 장흥지원은 공단의 주장을 받아들여 상인 B씨는 A씨에게 미지급 매매대금 460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소송을 진행한 공단 소속 박왕규 변호사는 “농산물 밭떼기 매매 거래에서는 가격 하락이나 수확량 감소 등의 위험을 이유로 상인이 계약 이행을 회피하고 그 부담을 농민에게 전가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며 “이번 판결은 관행에 제동을 걸고 농민의 권리를 보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