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카라치호, 비(非)이란 유조선으로는 처음 호르무즈 통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가운데 이란 소속이 아닌 유조선으로는 처음으로 파키스탄 유조선이 15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고 로이터 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이 17일 보도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16일 미국은 일부 인도, 중국, 그리고 이란의 유조선이 해협을 통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선박 운항정보 업체인 마린 트랙픽은 X(옛 트위터)에 올린 게시물에서 “파키스탄 국적의 ‘카라치호’가 AIS 신호를 송출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최초의 비이란 화물선”이라며 “일부 화물은 협상을 통해 안전 통행을 허가받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밝혔습니다.

 

파키스탄 국영 해운공사가 운영하는 아프라막스급 유조선 카라치호는 아부다비의 다스섬에서 원유를 선적한 후 15일 해협을 통과했으며,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의 선박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17일 카라치에 도착할 예정이다.

 

마린 트래픽에 따르면 카라치호는 해협의 이란 쪽 해안을 따라 항해하다가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파키스탄으로 향했다.

 

파키스탄은 이란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미국 및 사우디아라비아와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지난해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상호방위 조약을 체결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16일 X에 파키스탄의 ‘연대’에 감사를 표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파키스탄 해군은 지난주 상선 호위를 포함한 해상 교통로 보호 작전을 시작했으나 카라치호가 지날때는 호위함은 필요 없었다고 밝혔다.

 

파키스탄 해운공사 소속의 또 다른 유조선인 라호르호는 홍해의 사우디아라비아 얀부항에서 원유를 선적했으며 LSEG 선박 데이터에 따르면 약 3일 후 파키스탄에 도착한다.

 

이란 핵 반대 연합의 선임 연구 분석가 제미마 셸리는 WSJ에 “카라치호는 국제 해역이 아닌 이란 영해를 통과했는데 이는 이란 정권의 승인을 받았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앞으로 이러한 패턴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WSJ는 걸프만에서 인도와 중국으로 향하는 원유량이 많아질수록 미국을 비롯한 다른 산유국과의 원유 경쟁이 줄어 전반적으로 유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앞서 지난 주말 인도 장관들은 이란과의 협의 끝에 액화석유가스(LPG)를 실은 유조선 두 척이 해협을 통과한 것을 환영했다.

 

마릴 트래픽에 따르면 시발릭호는 26일 구자라트주 문드라항에 도착했으며 다른 한 척인 난다 데비호는 17일 인도 해안에 도착할 예정이다.

 

인도 LPG 운반선 두 척의 안전한 통항은 지난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간의 전화통화와 인도가 이란측이 마련한 전세기를 통해 140명 이상의 이란 국민을 본국으로 송환하는 데 도움을 준 이후에 이루어졌다.

 

원유 시장에서는 전쟁 발발 이틀째부터 15일까지 17척의 유조선이 해협을 통과했다고 케플러측은 밝혔다.

 

이 중 7척은 이란 국기를 달고 있어 테헤란산 원유를 운반했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들은 중국으로 수송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해양 분석가들에 따르면 ‘선주: 중국’ 또는 ‘승무원 전원: 중국’과 같이 목적지를 중국 계열사로 표기한 일부 선박들이 통행이 허용되었다고 한다고 WSJ는 전했다.

 

17척 중 홍콩의 어소시에이티드 마리타임이 관리하는 단 한 척만이 유럽으로 했다.

 

WSJ은 현재 걸프만 인근에는 유조선 250척을 포함해 약 1100척의 선박이 발이 묶여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동맹국의 호위 지원이 있어도 해협 통과를 기다리는 수백 척의 상선을 모두 호위하기에는 충분한 보호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뢰 하나나 무인 항공기 한 대만으로도 선박 운항이 위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해양 정보 회사인 폴 스타 글로벌의 최고 데이터 및 분석 책임자인 살림 칸은 수로 통행이 안전해진 후에도 위협 요인을 제거하는데는 몇 주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해협의 가장 좁은 지점은 폭이 21마일(약 34km)에 달하지만 그나마 대형 유조선이 통과할 수 있을 만큼 수심이 깊은 구간은 1.86마일(약 3km) 구간 두 곳 뿐이다.

 

살림 칸은 “이로 인해 대형 선박에게는 진입로와 진출로, 이렇게 두 차선으로 이루어진 고속도로와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며 “이러한 병목 현상은 최소 몇 주 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