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을 선택할 때 저는 머리에 있었던 것(이성적인 면)보다 감정에 더 따르는 것 같아요. 본능 등에 맡기는 편이죠. 여성 드라마나 이야기에도 오래전부터 관심이 있었어요. 그러다가 최근 다양한 드라마나 영화가 나오면서 배우로서 (여성 중심의 드라마를)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죠. 대중도 (최근에 그런 드라마를) 받아들이는 것 같았죠.”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카페에서 만난 배우 이나영은 ENA 드라마 ‘아너: 그녀들의 법정’(‘아너’)을 3년 만의 복귀작으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동명 스웨덴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아너’는 20년 지기 친구인 세 명의 여성 변호사 윤라영(이나영), 강신재(정은채), 황현진(이청아)이 자신들의 과거와 연결된 거대한 스캔들을 정면으로 돌파하는 이야기를 다룬 미스터리 추적극이다.
드라마는 등장인물 개개인의 성폭력 등을 다루는 동시에 이후 대한민국을 뒤집을 거대 사건으로 발전하면서 후반으로 갈수록 이야기 전개와 감정선이 고조되고 증폭된다.
이나영은 “법정 변호사 톤이 아니라 상처를 숨기면서 표현해야 하고, 지르는 건 안 어울리는 캐릭터여서 어려웠다”며 “특히 8부까지는 (성폭력) 피해자인 것도 감춰야 해서 그 톤을 조절하기도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드라마는 같은 아픔을 가진 여성들의 이야기를 주요 서사로 했다. 드라마가 주고자 했던 것에 대해서 이나영은 ‘기다림과 위로’라고 했다.
“드라마가 피해자에게 어떤 걸 강요하지 않아 좋았어요. 억지로 상처를 덮어두라고 하는 게 아니라 지나가기를, 다시 용기 있게 살아가기를 옆에서 기다려주고 들어주는 느낌이라 더 마음이 짠했죠. 누군가 힘들 때 억지로 상처를 덮으려 하거나 ‘빨리 괜찮아져야 해’라고 다그치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를 받아주며 옆에서 기다려주는 것이 진정한 회복이라는 걸 많이 느꼈어요.”
그는 마지막 회 ‘흉터를 안고도 살아남은 우리의 하루하루는 매 순간이 찬란하고 명예롭다’는 내레이션을 녹음할 땐 눈물을 참기 힘들었다고도 했다. “제가 이렇게 눈물이 많았는지 이번에 알게 됐다”고 한다.
이나영은 ‘아너’를 통해 많이 쏟아낸 만큼 내면을 채우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장르물과 전문직을 처음 해봤으니 저로선 또 다른 가지치기를 한 것 같아요. 저한테도 생소하거나 어렵다고 느꼈지만 표현해 보니까 해볼 만하다는 것들을 이번 작품을 통해 많이 알게 됐어요. 이 경험을 꼬아서(활용해서) 다른 걸 좀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다만 저는 단순해서 멀리 생각하지 않을래요. 지금 당장 한 땀 한 땀 쌓여가는 것이 ‘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하루를 잘 살려고 합니다.”
차기작에 대해 이나영은 “아직 결정된 것은 없지만 시나리오를 몇 개 보고 있다”며 “‘아너’처럼 마음이 동하면 그게 당장 올해일 수도 있고 그 이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