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개시 검사 통보도 삭제… 추후 논의 보완수사권이 ‘뇌관’

당정청, 중수청·공소청법 최종 협의안 도출

정청래 “검사 수사 개입 다리 끊어”
특사경 통한 수사권 우회로 차단
영장 청구 檢 직무서도 ‘지휘’ 삭제
법률로 규정… 시행령 꼼수 예방
‘검찰총장’ 명칭 변경론은 불수용

강경파선 “보완수사권 절대 폐지”
정부선 ‘예외적 필요성’ 시각차

검찰개혁의 핵심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설치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협의안을 마련하며 갈등은 일단 봉합 국면에 접어들었다. 앞서 당의 요구를 한 차례 반영한 정부안을 두고도 강경파 반발이 이어지며 여권 내 균열이 커졌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개혁의 방향과 속도를 강조하며 조율이 이뤄진 모양새다. 다만 보완수사권 논의는 추후 과제로 미뤄지며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

鄭 “검찰도 행정공무원”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와 관련해 당정청이 협의한 최종안을 손에 들고 회견을 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당·정·청, 검찰개혁안 최종안 도출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17일 검찰개혁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당·정·청은 언제나 그랬듯이 원팀·원보이스”라며 수차례 조율을 거쳐 최종 협의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공소청·중수청법 최종안을 19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예고했다. 국민의힘은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으로 맞선다는 방침이다.

 

이번 협의안에는 강경파가 문제 삼아온 ‘검사의 수사권 우회 확보 가능성’을 차단하는 내용이 대거 반영됐다. 이를 위해 △특별사법경찰관 지휘·감독권 △수사 중지권 △입건 요구권 등이 삭제됐다. 검사의 직무 중 ‘영장 청구·집행 지휘’ 문구도 ‘영장 청구에 관해 필요한 사항’으로 수정됐다. 검사가 영장 청구를 지휘해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강경파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또 검사의 직무 근거를 ‘법령’에서 ‘법률’로 제한해 시행령에 따라 검사의 직무 범위를 확대할 가능성을 차단했다.

 

아울러 중수청 수사관이 수사를 개시하면 검사에게 통보하도록 한 조항을 삭제했고, 검사를 탄핵 없이도 파면할 수 있게끔 징계 조항을 강화했다. 정 대표는 “검사의 특권적 지위와 신분 보장도 내려놓게 했다”며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수사와 기소 분리에 토대가 마련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중수청의 수사범위는 부패·경제·마약·방위사업·국가보호·사이버 6대 범죄로 한정하되, 개별법을 명시하는 형태로 구체화했다. 법왜곡죄도 추가로 포함키로 했다. 다만 이 대통령이 무리한 요구라고 공개 지적한 ‘검찰총장 명칭 삭제’나 ‘검사 전원 해임 후 선별 재임용’ 등의 사항은 반영되지 않았다. 공소청 구조는 3단 구조도 유지하기로 했다. ‘대공소청-고등공소청-지방공소청’ 명칭만 ‘공소청-광역공소청-지방공소청’으로 변경됐다. 민주당은 이어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수정된 협의안을 당론으로 추인했다.

◆대통령 개입으로 강경파 반발 정리

 

최종 협의안이 도출되기까지 정부안을 두고 추미애, 김용민 의원 등 당내 강경파의 공개 반발이 이어지며 당·정 엇박자 논란이 되풀이됐다. 결국 이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검찰개혁에 대한 일각의 우려는 기우”, “과유불급” 등의 강력한 메시지를 수차례 내놓으며 빠르게 당내 이견이 정리된 모양새다.

 

사실상 이 대통령의 ‘신속 입법 주문’에 갈등은 매듭됐지만, 소모적인 논쟁으로 여권 내 균열을 키웠다는 지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최초의 정부안이 발의된 이후 △중수청 수사범위 축소 및 수사관 직제 일원화 △중수청장 자격 완화 △징계에 의한 검사 파면 등 당의 요구를 받아들여 수정안이 마련됐다. 하지만 이를 두고도 당내 강경파는 문제 제기를 이어가며 진통이 이어졌다. 원내지도부가 ‘미세조정’을 선언했음에도 일부 강경파는 물러서지 않았고, 여당 지지층마저 정부안 수용파와 이에 반발하는 강경파로 양분돼 극심한 대립을 보였다. 여기에 친여 성향의 ‘강경 스피커’ 김어준씨 유튜브 방송에서 이 대통령의 공소취소와 검찰수사권을 맞바꾸려 한다는 취지의 거래설까지 제기되며 당내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정 대표는 논란을 의식한 듯 의원총회에서 “당·정·청 협의안으로 내올 수 있었던 건 이 대통령의 검찰개혁 의지 덕분”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무회의 하시면서 검찰개혁에 대해 말씀하셨고 협의안에 대해 만족해하시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저 지켜보는 檢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왼쪽)이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있다. 오른쪽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 세종=연합뉴스

◆보완수사권 논의는 갈등 불씨

 

협의안이 입법 국면에 접어들며 당내 갈등은 한 고비를 넘겼지만, 검찰개혁의 최대 화두인 보완수사권을 둘러싼 이견은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이는 향후 형사소송법 논의 과정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당정이 보완수사권을 두고도 시각차를 보이고 있어 추가 진통이 예상된다.

 

이 대통령과 정부는 인권 보호 측면에서의 ‘예외적 보완수사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전날 엑스(X)에 “수사권 남용하는 검찰의 수사권 제한도 중요하지만, 경찰 등 수사기관의 사건 덮기에서 범죄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부패범죄자들을 규제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보완수사 허용 여부 역시 남용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충분히 논의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반면 당내 강경파는 ‘보완수사권 절대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당장 김 의원은 이날 “이번 조정안은 개혁의 끝이 아닌 시작”이라며 “진정한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는 이 공소청법안 하나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형사소송법의 전면 개정을 통해 비로소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