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준비했다”…기장 살해한 부기장, 전날 다른 기장도 습격

50대 前 부기장, 울산 모텔서 검거
“공사 부당 기득권에 인생 파멸” 주장
다른 상사도 공격…8명 신변보호 조치

부산에서 항공사 전 직장 동료를 흉기로 살해한 뒤 도주한 혐의를 받는 50대 남성이 울산에서 검거됐다. 그는 “공사 부당 기득권에 억울하게 인생을 파멸당했기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부산에서 전 직장 동료인 항공사 기장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 50대 남성이 지난 17일 부산 부산진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왼쪽은 부산 부산진구 한 아파트 사건 현장에서 경찰 과학수사대 관계자들이 조사하는 모습. 부산=뉴스1·뉴시스

 

18일 부산경찰청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36분쯤 부산진경찰서에 도착한 A(50대)씨는 수갑을 찬 채 경찰들과 함께 유치장으로 이동했다. A씨는 범행 이유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공군사관학교 부당 기득권에 억울하게 인생을 파멸당했기 때문에 제 할 일을 했다”고 말했다. 범행 준비 기간에 대해서는 “3년”, 추가 범행 계획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4명”이라고 각각 짧게 답했다.

 

A씨는 전날 오전 7시쯤 부산 부산진구 전포동의 한 아파트 복도에서 국내 항공사 소속 기장 B(50대)씨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오전 5시30분쯤 B씨가 거주하는 아파트에 들어간 뒤 현관문 밖으로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아파트 복도에는 폐쇄회로(CC)TV가 없어 정확한 범행 장면은 확인되지 않았다.

지난 17일 부산 부산진구 한 아파트에서 50대 현직 항공사 기장이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경찰 과학수사대 관계자들이 사건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부산=뉴스1

 

피해자는 평소처럼 아침 운동을 하려고 가족과 함께 거주하던 집을 나선 직후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피해자를 오전 7시쯤 이웃 주민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B씨는 심정지 상태인 채로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사망자의 전 직장 동료인 A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하고, 60여명 규모의 수사전담반을 구성해 추적에 나섰다. 범행 이후 A씨는 경남 창원으로 이동했다가 오후 3시30분쯤 다시 울산으로 이동해 모텔에 숨어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울산경찰청과 공조해 도주로를 추적했고, 오후 8시3분쯤 울산시 남구의 한 모텔에 있던 A씨를 울산경찰청 소속 경찰관이 검거했다. A씨는 휴대전화 전원을 끈 채 현금과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경찰의 추적을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부기장인 A씨는 숨진 피해자와 같은 항공사에서 근무했고, 2024년 4월쯤 퇴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피의자가 과거 함께 근무했던 조종사들에게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항공사 기장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 50대 남성이 지난 17일 오후 부산진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부산=뉴스1

 

그는 사건 전날인 16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에서도 다른 기장을 상대로 뒤에서 덮쳐 목을 조르는 식으로 유사 범행을 시도했으나 미수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피해자 역시 피의자의 상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B씨를 살해한 뒤 경남 창원시 성산구 또 다른 항공업계 직원의 집을 찾아갔지만,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사건 직후 항공사와 협의해 피의자와 함께 근무했던 경험이 있는 현직 기장 8명을 신변 보호 조치했다. 항공업계에서는 A씨가 기장 승급 심사에서 몇 차례 떨어진 뒤 2년 전 항공사에서 퇴직 처리됐고 이에 관여된 동료들과 갈등을 빚었다는 말도 나온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와 사건 경위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