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공부 잘하게 해주는 약’으로 잘못 알려진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치료제 메틸페니데이트의 오남용 경고등이 켜졌다.
18일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따르면, 지난해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받은 환자 수는 2019만 6000명에 달했다. 우리나라 인구를 고려하면 국민 5명 중 약 2명꼴로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받은 셈이다. 이는 4년 전보다 135만 명 넘게 늘어난 수치로, 처방량 또한 19억 5724만 4000개를 넘어서며 역대급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이번 통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세대별 처방 양극화다. 일명 ‘우유주사’로 불리는 전신마취제 프로포폴은 고령층에서 증가세가 뚜렷했다. 70대 이상 남성 환자는 4년 새 40.4%, 여성은 36.3% 급증하며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증가 폭을 보였다.
반면, 메틸페니데이트는 젊은 층의 일상을 파고들었다. 특히 30대 남성(214.9%)과 30대 여성(258.5%)에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직장 내 경쟁과 자기계발 압박 속에서 집중력을 단기간에 끌어올리려는 ‘갓생(부지런한 삶)’ 열풍의 이면이 투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의료용 마약류의 관리 부실은 실제 강력 사건으로도 번지고 있다. 지난달 반포대교에서 발생한 포르쉐 추락 사고 현장에서는 프로포폴 빈 병과 약물이 든 주사기가 발견돼 충격을 줬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식약처는 오는 5월 15일까지 두 달간 범정부 합동 단속에 나선다.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의 빅데이터를 심층 분석해 오남용 의심 기관을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의약계 전문가들은 병원 내에서 약물을 처방하는 의사와 재고를 관리하는 인력을 엄격히 분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관리 전문 인력 배치를 유도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수가 현실화 등 정책적 뒷받침이 병행되어야 실질적인 오남용 차단이 가능하다는 제언이다.
의료용 마약류는 적절히 사용하면 현대 의학의 축복이지만, 오용될 경우 개인의 건강은 물론 사회 안전망까지 흔들 수 있다. 단순히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기엔 처방 수치가 너무 가파르다. 이제는 의료 현장의 관리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