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야구 대표팀이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에서 베네수엘라에 패하면서 때아닌 ‘보편적 시청권’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넷플릭스가 중계권을 독점하면서 적지 않은 국민이 오타니 쇼헤이(大谷翔平) 등 스타 선수들의 활약을 지켜보지 못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150억엔(1400억원)을 들여 WBC 중계권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 대회의 다섯 배 수준이다. 디지털 기기 조작과 유료 결제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 야구팬들이 소외됐다는 비판 속에 넷플릭스 탈퇴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 폐막한 이탈리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을 두고 국내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JTBC가 독점 중계권을 가지면서 62년 만에 ‘지상파 중계’ 없는 올림픽이 됐다. 개막식 시청률이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 1.8%에 머물렀고, 최가온의 극적 금메달 장면을 자막으로 보는 상황까지 빚어졌다. 독점 중계권을 확보한 JTBC와 지상파 간 협상이 결렬되면서 국민의 접근권이 크게 제한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현행법은 ‘국민적 관심이 매우 큰 체육경기대회 등을 시청할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올림픽과 월드컵, 아시안게임, WBC 등은 ‘국민관심행사’로 분류된다. 보편적 시청권이 자본 논리에 훼손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글로벌 OTT 플랫폼이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스포츠 중계권 시장에 뛰어들수록 논쟁은 격화할 것이다. OTT마다 제공하는 종목이 달라 여러 채널을 구독하면서 ‘스트림플레이션’(스트리밍+인플레이션)이라는 용어까지 생겨났다. 저소득층이나 청소년들에겐 이래저래 부담이다.
영국은 올림픽, 월드컵, 윔블던 결승전 등 국민적 관심이 높은 스포츠 이벤트를 목록으로 지정, 무료 시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독일도 공영방송을 중심으로 주요 스포츠 이벤트의 무료 접근성을 유지하고 있다. 올림픽·월드컵 등 국가 차원의 스포츠 경기는 단순한 이벤트 이상의 사회적 의미를 지닌다. 특정 방송사의 전유물이 아니라 국민의 응원과 선수들의 땀으로 만들어진 사회적 공공재라는 얘기다. 국회가 뒤늦게 법 개정에 나선다니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