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 파병 시 적대행위로 간주”…이란, 군사대응 가능성도 시사

前이란핵협상팀 특별보좌관 겸 테헤란대 교수 “한국 군함은 이란에 위협”
親이란혁명수비대 정치평론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트럼프 압박 수단”
이란 이슬람아자드대 부총장 “트럼프·네타냐후는 역사의 쓰레기통으로”

이란 정권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요구대로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에 함선을 파견할 경우 “적대 행위로 간주될 것”이라며 실제 군사적 대응 가능성을 시사했다. 파병을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 최고조로 치닫고, 국내에서의 논쟁도 가열되는 상황에서 한국을 특정한 이란 측의 메시지가 나온 것은 처음이라 주목된다. 

3월 17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시위대가 미국에 의해 격침된 이란 군함 ‘디나(Dina)’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성조기를 불태우고 있다. UPI연합뉴스

세예드 마란디 테헤란대 교수는 18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국 군함이 호르무즈 해협으로 향하는 것 자체가 이란에는 위협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라며 “이미 페르시아만에 한국 선박 26척이 있는 상황에서 군함 파견은 역내 긴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이란과 미국·이스라엘 간 전쟁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 평화에 도움이 된다”며 “한국이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후회할 선택을 해선 안 된다”고 했다.

 

마란디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대로 다국적 해군이 구성되고, 호르무즈 해협을 장악하려 할 경우 안전이 확보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이란이 통제를 확고히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인근뿐 아니라 본토에서 미사일을 통해 해협을 완벽히 통제한다”며 “어떤 군함도 안전을 보장받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란은 미국이 주한미군에 배치돼 있던 사드와 패트리어트 등의 무기를 중동으로 이동시킨 점을 주시하고 있다”며 “한국은 이란과 협력해 페르시아만에 있는 선박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란이 UAE 등 역내 걸프 국가들을 미사일로 폭격하는 것을 보라”며 실제 군사적 대응 가능성을 시사했다.

 

마란디 교수는 에브라힘 라이시 행정부(2021∼2024)에서 미·이란 핵협상 이란 대표단 특별보좌관을 지냈다. 그의 아버지는 이번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의 주치의를 지낸 알리레자 마란디다. 이 같은 배경 때문에 마란디 교수의 발언이 최고지도자실 내부 시각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인도 LPG 운반선 ‘난다 데비(Nanda Devi)’호가 3월 17일 이란 정부의 통과 허용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 인도 구자라트주 잠나가르의 바디나르 항에 입항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전쟁을 이끌고 있는 혁명수비대와 가까운 정치평론가 압둘라 간지도 최근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이란이) 트럼프에 가하는 압박 수단”이라며 한국에 대해 국익을 위해서는 미국과 다른 선택도 고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과거) 한국은 미국을 의식해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중단했고, 그 결과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기업들이 이란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됐다”며 관계가 악화될 경우 한국이 입을 수 있는 실질적 피해를 과거 사례를 들어 상기시키기도 했다.  

 

미국의 군사적 압박이 가중되는 것에 비례해 이란 국민들의 항전 의지가 높아지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주핀란드 이란대사를 지낸 세예드 무사비 이란 이슬람아자드대 부총장은 “미군의 대규모 폭격 이후에도 테헤란 시민들이 ‘쿠드스의 날’(이스라엘의 예루살렘 점령, 시온주의 등을 규탄하는 날) 행진에 나섰고, 정치·종교 성향을 넘어 결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결국 이번 전쟁도 과거 이란-이라크 전쟁처럼 이란의 승리로 끝날 것이고, 트럼프와 네타냐후는 역사의 쓰레기통으로 사라질 것”이라고 비난했다. 

 

미국의 파병 요청과 중동 주요 국가인 이란과의 관계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우리 정부의 고심은 깊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전날 국회에서 미국 정부의 공식적인 파병 요청이 있었는지를 묻는 의원들의 질의에 “요청이라고 할 수도 있고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파병 요구가 분명하지만 일단은 모호한 입장을 견지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