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당국이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주요 암호화폐는 원칙적으로 증권이 아니라는 기준을 공식화했다. ‘증권처럼 규제가 필요하다’는 해석과 ‘증권이 아니므로 증권법을 적용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 부딪쳐온 지난 10년의 논쟁이 사실상 정리된 셈이다. 이로써 암호화폐 사업이 제도권 상품·서비스 설계로 확대될 여지가 커졌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17일(현지시간) 연방 증권법을 특정 암호화폐 자산 및 암호화폐 거래에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특정 암호자산 및 암호자산 관련 거래에 대한 연방 증권법 법령해석 지침안’을 발표했다.
SEC는 성명에서 “암호화폐 자산에 대해 더 명확히 하기 위한 노력의 중요한 진전이며, 포괄적인 시장 구조 체계를 법제화하려는 의회의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이 지침 마련에 동참했다고 전했다.
스테이블코인은 일반 암호화폐와 분리해 따로 정의했다. SEC는 2025년 통과된 ‘지니어스 법(GENIUS Act)’ 요건에 맞는 허가된 사용자가 발행한 결제용 스테이블코인, 예컨대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등은 증권이 아니며, 그 외 스테이블코인은 해석에 따라 증권 인정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고 명시했다.
원래 증권인 금융상품을 형태만 디지털화한 토큰화 주식, 토큰화 채권 등은 증권으로 분류됐다.
폴 앳킨스 SEC위원장은 “이전 행정부가 인정하지 않았던 사실, 즉 대부분의 암호화폐 자산 자체가 증권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한다”고 강조하며 “10년이 넘는 불확실성 끝에 이 해석은 시장 참여자들에게 연방 증권법에 따라 집행위원회가 암호화폐 자산을 어떻게 다루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클 셀리그 CFTC 의장도 “오늘의 해석으로 기다림이 끝났다”며 “명확하고 합리적인 길의 규칙”이라고 평가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기 SEC는 암호화폐를 증권으로 보는 기조가 강했다. 개리 겐슬러 당시 SEC 위원장은 2022년 “암호화폐 시장의 거의 1만개 토큰 중 대부분이 증권”이라며 “이를 중개하는 많은 플랫폼도 증권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암호화폐가 증권인지 여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태에서 집행 중심으로 기준이 형성되며 시장이 규제 리스크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분위기는 트럼프 행정부 들어 반전됐다.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암호화폐 투자 활성화 및 제도 정비가 적극 추진됐다. 다만 포괄적인 법제화가 지연되는 상황이라 SEC가 ‘입법 전 과도기 해법’으로 이번 해석 지침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