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시스템통합(SI) 기업들이 디지털 물류 사업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물동량과 창고 크기 등으로 좌우되던 물류 경쟁력이 데이터와 인공지능(AI) 중심으로 바뀌면서 디지털 전환이 본격화한 데 따른 것이다. 디지털 물류는 관제·데이터 운영 역량이 뛰어난 SI 기업 본업과 시너지가 커서 미래 성장 동력으로 부각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S(사진)가 디지털 물류 사업 확대에 팔을 걷어붙였다. 삼성SDS는 국내 유일의 정보기술(IT) 기반 글로벌 디지털 물류 사업자로 지난해 관련 매출 7조3864억원을 벌어들였다. 회사 전체 매출(13조9299억원)의 53%가량에 달한다. 이준희 삼성SDS 사장은 이날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디지털 물류를 AI, 클라우드와 함께 미래 성장 기반으로 꼽기도 했다.
삼성SDS는 화주(기업)를 대신해 운송·창고·통관·배송 등을 맡는 종합 물류회사(3PL)다. 물류 사업 초기부터 국제운송과 통관, 창고 운영 등 물류 전 영역에 활용되는 정보·계약·정산 등을 관리하는 ‘첼로’를 서비스했고, 2021년부턴 디지털 물류 플랫폼 ‘첼로 스퀘어’를 운영하고 있다. 견적과 예약, 운송, 실시간 화물 추적 등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2만5000곳 가까운 고객사가 이용 중이다.
SI 기업 본업과 디지털 물류 연관성이 큰 게 이들 기업이 해당 사업을 확장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물류 핵심인 데이터 플랫폼과 AI 예측, 관제 등은 SI 기업이 강점을 보이는 영역이다. 물류 플랫폼이 고객을 붙잡는 ‘록인’ 효과로 고정 매출을 늘릴 수 있어 기업 성장에도 기여할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SDS의 경우 플랫폼형 3PL로 고객이 서비스를 계속 쓰게 하는 구조고, LG CNS·SK AX도 물류센터 자동화 구축 후 운영 고도화까지 이어갈 수 있다.
해상·항공·내륙을 아우르는 디지털 물류 사업의 경우 글로벌 대형 물류회사들도 뛰어들 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된다. 지정학적 이슈와 공급망 리스크 등이 확대되면서 실시간 대응 역량과 컨트롤타워 역할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예컨대 최근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해협이 사실상 봉쇄되자 삼성SDS는 해운을 육상 운송과 연계하는 등 운반로를 다각화했다. 항만·공항 운영 현황 등을 모니터링한 뒤, 해상 운송의 경우 아랍에미리트(UAE) 동부 오만만 연안 항구에서 사우디아라비아나 카타르를 통과하는 경로로 안내하는 식이다.
DHL과 퀴엔나겔, DSV 등 글로벌 대형 물류사들도 디지털 물류 플랫폼을 구축하고 AI와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는 추세다. 이들은 3PL에서 나아가 공급망을 통합·관리하는 4PL 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로이터통신도 코로나19 이후 재고를 늘리던 기업들이 공급망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AI 기반 관리 시스템으로 효율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DHL은 2년마다 발간하는 ‘물류 트렌드 레이더 보고서(2024년)’에서 향후 10년간 물류 산업을 바꿀 트렌드로 AI 중심 디지털 물류를 꼽았다. 물류 네트워크보단 데이터와 AI가 물류 기업 경쟁력을 결정할 것이란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포천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이 시장 규모는 지난해부터 연평균 17.1% 성장해 2034년 1552억9000만달러(232조34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