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333조6000억원) 기록과 함께 한국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1000조원 돌파한 삼성전자의 주주총회가 18일 열렸다. ‘5만전자’라는 주주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던 지난해와 달리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훈풍 덕에 ‘20만전자’ 띠를 두르면서 주총은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 삼성전자는 올해를 ‘AI혁신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상승세를 이어가겠단 포부를 밝혔다.
18일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7회 삼성전자 정기 주총 분위기는 1년 전과 대조적이었다. 주가가 5만8600원에 그쳐 주주들의 원성이 터져 나왔던 지난해 주총과 달리 이날 주가는 장중 20만7000원을 넘기는 등 1년 만에 250% 이상 증가했기 때문이다.
주주들의 높아진 만족도 만큼 삼성전자도 자신 있게 올해 포부를 드러냈다. AI 시장의 압도적 리더가 되겠다며 ‘AI혁신의 원년’으로 선포한 것이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보다 앞서 HBM4(6세대 고대역폭메모리) 양산에 성공하는 등 자신감을 회복한 삼성전자가 향후 비전에서 기대감을 일으키자 주주들이 크게 호응했다.
전영현(사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 겸 대표이사 부회장은 “삼성전자 DS부문은 로직부터 메모리, 파운드리, 패키징까지 ‘원스톱 솔루션’이 가능한 세계 유일 반도체 회사”라며 “AI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 경쟁력을 갖춰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전 부회장은 “HBM을 넘어 심화하는 데이터 병목 현상을 해결할 맞춤형 솔루션 제품을 집중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주주가 최근 AI 거품론과 관련해 반도체 초호황 사이클이 꺾일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자 전 부회장은 “기존 연 단위 또는 분기 단위의 계약을 3년이나 5년 등 다년 공급 계약으로 (전환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며 “장기 공급 계약으로 고객과 당사 모두 예측 가능한 사업 안전성을 확보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최근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하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역시 회복 조짐이다. 한진만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은 ‘파운드리 사업 실적이 언제쯤 개선될 수 있냐’는 주주 질문에 “선단 공정뿐 아니라 메인스트림(성숙) 공정 수율을 지속 올리고 있다”며 “1~2년 뒤 좋은 결과를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주총에서는 정관 일부 변경, 재무제표 승인, 이사 보수 한도 승인, 김용관 DS부문 경영전략총괄의 이사 선임, 허은녕 서울대 교수의 감사위원 선임 안건에 대한 표결이 진행돼 모두 의결됐다.
계열사인 삼성SDI도 서울 강남 엘리에나호텔에서 주총을 열고 미래전략을 제시했다. 최주선 삼성SDI 대표는 “올해를 실적 턴어라운드(반등)의 원년으로 삼겠다”며 “전고체는 내년 양산을 목표로 하면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등에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주총에서 “AI 대규모 투자 확대와 로보택시 도입 가속화, 휴머노이드의 현장 배치 본격화 등 전자부품 채용 확대 기회를 적극 활용해 시장 성장률을 상회하는 매출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